[단독] 내년 농지비로만 1조2000억원 이상 지출해야 할 농협금융..."농지비 때문에 실적 성장 한계"
농협금융, 상반기 농업지원사업비 3055억원 전년 대비 24% 증액돼 농협법 개정안 올해 통과될 가능성 높아 농협금융, 내년 최소 1조2000억원 농지비 지출해야 할 듯 "실적 성장 발목 잡는 요소 중 하나"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농협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에만 3000억원이 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역대 최대 금액이다.
한편, 이르면 올해 하반기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예정이다. 이에 내년부터 농협금융이 최소 1조2000억원 이상 농지비를 농협중앙회에 납부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이 올해 상반기에 지출한 농업지원사업비는 3055억원이다. 이는 작년 상반기 2464억원에 비해 24%(591억원) 증액된 수치이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농지비는 농촌과 농촌 진흥을 위해 중앙회가 농협 명칭을 사용하는 계열사에 명칭 사용료 명목으로 부과하는 돈을 뜻한다.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제159조의 2에 따라 농협 계열사들은 중앙회에 매출액 혹은 영업수익의 2.5%를 농지비로 납부해야 한다.
지금까지 농협금융의 농지비는 2017년 3629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3858억원, 2019년 4136억원, 2020년 4281억원, 2021년 4460억원, 2022년 4505억원, 2023년 4927억원으로 매년 불어났다. 상반기에 이미 3000억원이 넘은 만큼,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농협금융이 내야 할 농지비는 6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르면 내년 농협금융이 지출하는 농지비가 6000억원이 아닌 1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6월 18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이성희 전 중앙회장의 연임 문제가 논란이 돼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강호동 중앙회장이 새롭게 취임한 3월 이후 연임 문제가 일단락된 바 있다. 이에 올해 내로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개정안에는 다양한 내용이 담겼으나 핵심은 농지비 부과율 상한을 매출액 혹은 영업수익의 2.5%에서 5%로 2배 상향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내년에도 매출액이 느는 추세라면 내년에만 최소 1조2000억원이 넘는 돈이 농지비로 지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은 농협 계열사의 농지비 부담이 과도해지는 게 아니냐는 금융권의 지적에 물음표를 던졌다. 윤 의원은 "농협금융이 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된 2012년 이후 농촌에 지원되는 금액이 도리어 줄었다"며 "농지비 증액은 이를 되돌리는 차원에서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협금융 측 또한 "농협금융은 태생적으로 농업과 농민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농지비 상한에 대해선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농협 안팎에서는 과도한 농지비 부담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적잖이 보내고 있다. 납부해야 하는 농지비가 늘어날수록 실적 성장 또한 제한될 수밖에 없는 논리에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은 1조7538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1조7058억원 대비 2.8%(480억원) 증가한 수치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2분기 또한 7538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하며, 분기 기준 최대 성적을 거뒀다.
만약 농지비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농협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9687억원에 달한다. 우리금융(1조7554억원)의 순이익보다 2000억원 이상 많기에 순위 역전도 노려볼 만한 하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농지비 인상에 관해 여러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농협금융 측은 직접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한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고금리로 이자이익이 늘어남에 따라 금융권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은데 농협금융은 농지비라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실적 성장에 대해 어느 정도 압박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