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수원 차기 원장은 또다시 정치인... 보험업계 "적절치 않다" 비판 고조
보험연수원 원장후보추천위원회, 하태경 전 의원 19대 보험연수원장 단독 후보로 추천 보험연수원장직 18년부터 총선 낙선·불출마 정치인들 몫... 하태경 전 의원 원장 선임 시 3회 연속 조직 규모·업무량 대비 高연봉·겸직 가능 ‘꿀보직’에 ‘우리 편 챙기기’ 인사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보험연수원 원장 자리가 다시 한번 정치인에게 돌아갔다. 전형적인 '우리 편 챙기기'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보험업계는 "적절치 않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연수원은 전날 원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원추위)를 열고 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하태경 전 의원은 추후 회원 총회를 거쳐 19대 보험연수원장에 선임될 예정이다.
원추위는 "하태경 후보를 보험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전문교육기관인 보험연수원을 이끌어 갈 적임자로 평가했다"고 추천 배경을 밝혔다. 원추위는 이봉주 경희대를 비롯해 이사사인 3개 생명보험사(삼성·한화·교보)와 3개 손해보험사(삼성·현대·DB)의 대표이사들로 구성돼 있다.
보험연수원은 1965년 각 보험사의 출자로 설립된 국내 유일의 보험 연수기관이다. 임직원 40~50명 규모의 작은 기관으로, 보험업계 임직원 교육훈련·보험판매자격에 대한 교육지원·자격시험 관리 및 대행 등을 수행한다. 원장직의 임기는 3년이며, 연봉은 4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역대 원장직은 주로 금융감독원 출신 등 금융권 인사들이 맡아왔다. 그러나 2018년부터 기류가 달라졌다.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출마하지 못한 정치인들이 원장직을 연이어 꿰차고 있다. 보험연수원장 자리에 '보은성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먼저 2018년에는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이던 정희수 전 원장이 20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뒤 원장 자리에 올랐다. 이어 2021년에는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출신이던 민병두 전 원장이 21대 총선에 불출마한 뒤 원장직을 맡았다. 이번에 추천된 하태경 후보 역시 3선 의원 출신으로 올해 22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보험연수원 원장직에 주목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보험연수원 원장직이 조직 규모나 업무량에 비해 연봉이 높은 '꿀보직'인 데다가, 내부 규정상 겸직까지 가능해 챙겨줘야 할 '자기 사람'을 앉히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설명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연봉도 연봉이지만 원장 자리에 있으면서 출마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정치권 입장에서는 가장 매력적일 것"이라며 "아직까지 보험연수원장이 임기 도중 출마한 사례는 없지만 가능성이 제로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3회 연속으로 3선 의원 출신의 보험연수원장을 맞게 될 보험업계는 불만과 자조가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의원 출신 원장들의 의정 활동 경험을 평가절하 하는 건 결코 아니"라면서도 "보험연수원이 업계 전반의 교육을 담당하는 '한 축'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원장직에는 보험업에 이해가 높은 전문가가 앉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관계자 또한 "하 후보가 의원 시절 매사 합리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가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면서도 "(보험연수원이) 아무리 시급한 현안이 없는 조직이라도 이렇게 계속해서 보험업 경험이 없는 인물을 원장에 선임하는 게 맞나 싶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권이 보험산업을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태경 전 의원은 원장직 내정 이후 차기 보험연수원장으로서의 행보를 연이어 밟고 있다. 낙하산 인사라는 세간의 비판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 전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보험업계를 비롯한 연수원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12년간 의정활동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더해 외부의 변화에 기만하게 대처하도록 힘쓰겠다"며 "특히 보험연수원이 AI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을 이루고 글로벌 협력을 강화해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최고의 교육기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보험연수원장에 내정된 소감을 밝혔다.
이어, 7일에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의 강연을 앞두고 "'AI 시대 한국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다"며 "보험연수원을 AI 시대를 선도하는 교육기관으로 키우겠다는 것도 그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비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