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묘수 찾자"...고령운전자, 교통안전대책은 '제자리걸음'
- 고령운전자 추돌사고 급증...첨단장치 장착률도 낮아 우려 목소리↑ - 유일한 대책인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지원사업'도 극히 부진 - 미국 보험사, 고령운전자 보험료 할인 혜택 연계 '눈길'
[녹색경제신문 = 윤덕제 기자]지난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의 대형 교통사고 참사 가해자가 고령운전자로 밝혀지면서 고령화사회 교통안전대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안전과정을 이수한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보험료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어 주목된다.
12일 삼성화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운전자들의 추돌사고는 4년 전에 비해 5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추돌사고 예방에 효과적인 '비상자동제동장치' 장착율은 타 연령대에 비해 크게 낮아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자사 자동차보험 가입차량의 특약가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 고령운전자 추돌사고 증가율은 연평균 14.4%로, 전체 추돌사고 연평균 증가율 2.6% 대비 5.6배나 높았다. 또한 고령운전자 차량의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장착률은 지난해 16.4%로 10대 중 8대는 이 장치가 없었으며 이는 평균 장착률 30%의 절반 수준이다.
문제는 이같은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늘고 있지만 예방 대책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일한 대책인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지원사업'도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만 65세 이상 운전면허 반납률은 큰 폭의 변화 없이 2%대에 불과하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로 고령운전자가 해마다 늘어나는 가운데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치사율도 높아 관련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고령운전자들의 면허 반납에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는 만큼 고령자 등 연령대별 특성을 반영해 안전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는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연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의 일부 보험회사에서는 운전자 안전 과정을 이수한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률을 낮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보험 전문회사인 가이코(Geico)는 50세 이상 운전자가 방어운전 교육과정을 이수한 경우 보험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또한 운전자가 최근 3년 이내 무사고를 기록하고, 업무 목적으로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 'Prime Time' 계약 갱신 혜택을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안전 운전을 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스테이트(Allstate)는 고령운전자를 위해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하는 Milewise 보험상품을 판매하거나, 방어운전 교육을 받은 운전자에게 보험료 할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파머스(Farmers)의 경우 55세 이상 65세 미만의 운전자에게 고령자 방어운전교육 할인을 제공하는데, 운전자는 차량관리국에서 승인한 교육을 이수한 후, 교육 수료증을 보험회사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밖에 미국에서는 고령운전자들의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정부 및 사회단체 차원에서 운전면허 갱신제도와 교통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고령운전자들의 대형 사고가 잇따르는 등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며 "고령운전자에 대한 교통안전교육,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도, 첨단장비 도입 등 고령자 연령대별 특성을 반영해 안전대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령운전자에 의한 사고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민관 차원의 안전대책은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친환경 보험상품 처럼 사회안전망 측면의 상품 개발 노력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