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테크 상품' 달러보험, '희귀종' 된 이유는?... "보험사·소비자 모두에게 매력 낮아"
달러보험 보험료 납입·지급·해약금 등 모두 달러로 거래... ‘환차익’ 노릴 수 있어 달러 강세 속에도 달러보험에 대한 보험업계의 관심은 ↓... 메트라이프·AIA 정도만 신상품 출시 상품 특성상 새 회계제도 하에서 수익성에 악영향... 당국 규제·'고점' 찍은 환율도 상품 매력 낮춰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환테크 상품인 달러보험(외화보험)이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희귀종'으로 전락했다. 환율 고공행진 시 우후죽순 등장해 뜨거운 관심을 받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전과 달리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이 낮아졌다는 점이 이 같은 분위기 반전의 이유로 꼽힌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달러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보험사는 메트라이프생명·AIA생명 등 외국계 생명보험사 정도다. 이들 2개사는 최근에도 관련 상품을 출시하며 달러보험 라인업을 확대했다.
반면 달러보험에 대한 타 생보사의 관심은 식어가고 있다. 신한라이프, iM라이프(옛 DGB생명), 삼성생명 등은 달러보험 판매를 이미 중단했으며, KB라이프생명의 경우 30%대였던 달러보험 판매 비중을 최근 10% 이하로까지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 보험금 및 해약환급금 지금 등 모든 과정을 달러로 거래하는 상품이다. 덕분에 달러 약세 시 가입해 강세 시 보험금을 수령하는 식으로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달러보험이 '강달러' 시기에 주목할만한 '환테크' 상품으로 각광을 받은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달러보험은 고환율이 이어지던 2022년까지만 해도 많은 생보사가 주목하던 상품"이라며 "은행의 달러예금보다 이율이 높고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상품 출시 및 판매에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달러보험은 지난해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라 이전의 '지위'를 잃기 시작했다. 달러보험의 상당수가 IFRS17 하에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저축성보험인 탓이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은 만기일에 약속된 이자를 고객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라며 "IFRS17 체제에서 저축성보험의 수입보험료는 만기 시 환급금을 고려해 일부만이 보험수익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보장성보험은 수입보험료의 대부분이 이익으로 계산된다"며 "보험사로서는 상품 출시나 마케팅 우선순위를 따질 때 손익 관점에서 더 뛰어난 상품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21년 금융당국은 '달러보험 운용 모범 규준'을 만드는 등 판매 절차 관련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당시 보험업계의 '환차익 마케팅'이 과열되자 달러보험의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이었지만, 판매 열기 자체를 식히는 '찬물'로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보험 전문가는 "해당 규준에 따르면 설계사는 달러보험을 권유하거나 판매할 때 취약금융소비자 해당 여부, 가입 목적, 보험료 납입·계약 유지 능력 등을 확인해 계약자의 적합성을 따져 봐야 한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IFRS17 도입으로 수익성이 저하된 상품을 강화된 규제 리스크까지 감수해가며 마케팅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또한, '고점'에 머물고 있는 환율로 인해 소비자를 유인할 요인이 희미해졌다는 점 역시 보험업계가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을 거둔 이유로 거론된다. 고환율 상황에서 가입 시 그다지 이점이 없는 상품을 이전처럼 활발하게 판매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보험 전문가는 "소비자 대부분이 달러보험을 통해 환차익을 보고 싶어 하는데, 이는 환율이 저점에서 상승할 때만 가능한 일"이라며 "지금처럼 환율이 1300원대 후반의 고점을 유지하는 상태라면 환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추후 달러가 약세 전환이라도 하면 고점에서 달러보험에 가입한 고객의 보험금 수령액은 적잖게 줄어든다"며 "소비자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어려울뿐더러 불만까지 일으킬 수 있는 상품을 보험사가 활발하게 판매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