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1위...AI로 격차 벌린다

퇴직연금 갈아타기 가능해져...은행권 경쟁 치열해질 듯 신한은행, RA 서비스로 차별화...협력사 기술력 뛰어나

2024-08-12     박금재 기자
신한은행.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신한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적립금을 운용하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다만 업계는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금융사 간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신한은행이 수익률을 높여야만 현재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단 관측이다. 신한은행은 AI를 통해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리겠단 계획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퇴직연금 적립금은 141조93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121조1897억원 대비 20조7441억원 늘어난 수치다. 은행권에선 현재 400조에 이르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10년 후 1000조원에 이르는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이 42조2031억원으로 국민은행(38조9360억원)보다 앞서 은행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적립금이 많다고 해서 향후에도 1위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단언하긴 힘들다. 타 시중은행의 수익률이 더 높을 경우 고객들이 '퇴직연금 갈아타기'에 나설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는 10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인 '퇴직연금 갈아타기'가 가능해진다. 퇴직연금을 기존 상품 그대로 다른 금융사로 옮기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업계에선 은행권 퇴직연금 고객이 일부 증권사로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증권사를 통하면 다양한 금융상품 매매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자사의 퇴직연금을 지키고 타사의 퇴직연금을 뺏어오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연금 VIP 고객을 위한 전문 상담 채널을 마련하고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수를 늘리는 등 경쟁력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신한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를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er)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를 활용해 투자자의 투자성향에 따라 개인화한 자산운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RA 전문기업 콴텍, 글로벌 자산배분 전문 운용사 쿼터백 자산운용과 손을 잡았다. 협업을 통해 RA 시스템을 개발해 퇴직연금 운용 서비스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말 쿼터백자산운용과 콴텍의 RA 평균 누적수익률은 각각 12.89%, 11.67%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두 기업과의 협업으로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이미지를 반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RA에 대한 제도적 변화도 신한은행의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월 정부가 '서비스산업 디지털화 전략' 일환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투자 일임 RA를 혁신금융 서비스로 추진하면서 상용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 역시 RA를 퇴직연금 운용에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신한은행이 적립금 1위를 지키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신한은행과 협업에 나선 RA 관련 기업들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점은 경쟁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