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분리 규제완화 로드맵 등장... 보험업계의 생성형 AI 활용 셈법은?

금융위 망분리 규제 개선 로드맵 발표... 보험사 생성형 AI 활용 허가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상품 개발·가입 심사 및 보험금 지급 속도 개선 등에 생성형 AI 활용될 듯 AI로 인해 불완전판매 등 피해 발생 가능... 선제적 가이드라인 필요하다는 지적 뒤따라

2024-08-22     이준성 기자
망분리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망분리 규제완화 로드맵의 등장으로 보험사의 생성형 AI(인공지능) 활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생성형 AI를 통한 차별화 상품 개발 등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보험 AI의 본격적인 도입으로 인해 불완전판매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관계당국의 선제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망분리 규제완화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의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망분리 규제는 금융사로 하여금 내부 시스템(내부망)과 인터넷(외부망)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도록 강제한 규제다. 랜섬웨어 등 해킹으로부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자 2013년 도입됐다. 

문제는 그간 망분리 규제가 금융권의 신기술 채택 및 개발 등에 걸림돌이 돼 왔다는 점이다. 외부망과 분리된 금융사 내부망으로는 타사의 생성형 AI 등을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샌드박스를 통해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형태로 금융권의 생성형 AI 활용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까지 각 금융업권에 망분리 규제완화 관련 샌드박스 신청 컨설팅을 제공하는 한편, 연내 신규 과제에 대한 혁신 금융서비스를 지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올해 말부터 보험사의 생성형 AI 활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생성형 AI가 산업 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먼저 생명보험업계는 헬스케어 서비스의 활성화를 바라보고 있다. 이전까지 불가능했던 개인신용정보의 가명 처리가 생성형 AI를 통해 가능해진 만큼, 각각의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여태껏 국내 생보사들의 헬스케어 서비스는 고객의 동의 하에 건강 상태를 분석하거나 걸음 수에 따라 포인트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며 "생성형 AI가 도입되면 지금보다 확장된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해보험업계는 손해배상 관련 물적 담보의 세분화를 기대 중이다. 생성형 AI를 바탕으로 사고 데이터를 한층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이를 토대로 상품을 더욱 세밀하게 설계하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 및 예측 모델 고도화와 같은 부분에서 생성형 AI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상품 설계가 정교해져 보험료가 줄어들면 소비자에게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두 업권 모두 언더라이팅(보험가입심사) 및 보험금 지급 속도 개선 등에도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전문가는 "생성형 AI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언더라이팅을 진행하는 식으로 보험 인수와 심사 과정 등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 역시 표준화된 기준 등을 학습한 생성형 AI를 활용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업무 효율성 상승은 물론이고 고객 편의성 증대에 따른 민원 감소 효과까지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계당국이 이번 규제완화에 맞춰 보험 AI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내놓고 있다. 보험 AI의 본격적인 도입이 불완전판매·부당한 보험금 지급 거절 등의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할 사전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일부 해외 보험사는 이와 관련해 집단소송까지 치르고 있다. AI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이 인종 소수자와 고령층 고객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 문제가 된 탓이다. 

보험연구원 손재희 연구원은 "AI 활용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며 "보험산업이 위험에 대한 관리와 보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AI 활용과 관련된 합리적인 제도 마련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