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우리은행 2연타" 계속 터져나오는 은행권 금융사고...문제는 조직문화?

농협은행, 117억원 횡령 사고 발생 우리은행, 350억원 규모 부적정 대출 터져 책무구조도 도입 가속화하는 분위기 "부실한 대출 심사 시스템과 조직 문화가 문제" 지적도

2024-08-26     강기훈 기자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사진=NH농협은행]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연루된 부적정 대출 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데 이어 농협은행에서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은행권이 내부통제 강화를 다짐했음에도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이에 책무구조도를 도입해봤자 백약이 무효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적인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금융범죄를 개선할 수 있다는 논리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한 영업점에서 117억원 규모의 횡령 범죄가 발생했다. 사고 기간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4년 동안이다. 이로써 올해에만 4번째 금융범죄가 적발된 것이다. 

농협은행 측은 내부 감사를 벌이던 도중 해당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명동지점에 근무하던 직원 A씨가 지인 명의를 도용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대출을 실행했다. 

농협은행은 적발 직후 해당 영업점을 집중적으로 감사했다. 그러던 중 이달 21일 A씨가 자택 부근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되며 감사는 도중에 중단됐다. 

앞서 우리은행에서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연루된 부적정 대출 건이 금융감독원 검사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사용자로 의심되는 차주에 총 616억원(42건)의 대출을 내준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 중 350억(28건)이 부적정 대출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서류 진위 확인 누락, 담보·보증 부적정, 대출 심사 절차 위반, 용도 외 유용 점검 부적정 등 대출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채 대출을 실행했다. 

최근 몇년 간 거듭되는 금융사고에 금융권은 내부통제 강화를 천명해왔다. 지난 5월 농협중앙회는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중대 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는 연임을 제한하고 관련 책임자 또한 업무를 정지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작년 3월 취임사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선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의지에도 금융사고가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책무구조도 도입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사 임원에 담당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책무를 배분하는 게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이유다. 즉, 1인 1역 체계를 구축해야 내부적으로 긴장감이 생겨 금융범죄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지난 7월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됐다. 지배구조법에 의하면 은행과 금융지주는 내년 1월 3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최근 거듭되는 금융사고로 인해 압박감을 느낀 금융권이 오는 10월 3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당국에 조기 제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리금융지주.

한편으로는 적절하지 못한 시스템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화가 내부통제 실패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손 전 회장 부적정 대출 건의 경우 지점장 대신 직원 A씨가 결재를 해 벌어진 일이었다. 통상 은행들은 결재권자가 부재할 때 관행적으로 실무자가 시급한 대출 결재를 대신해왔다. 이러한 관행이 금융범죄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은행의 신뢰도가 저하되는 것을 막고자 범죄 사실을 쉬쉬하는 분위기 또한 내부통제 실패를 유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 59건 중 13건이 형사고발 없이 자체 징계로 종결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든 대출 건을 지점장이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일일이 결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실무자가 대신 결재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금융사고가 영업점 직원의 개인 일탈에 의해 벌어진다"며 "이를 완전히 막기는 불가능하나 직원 교육 강화, 신상필벌을 통해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