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감위, 김병준 고문 '용퇴' 조건부 '한경협 회비' 납부...SK·현대차 이어 LG '검토'
- 현대차, 7월초 한경협 회비 납부...SK, 최근 납부 완료 - 삼성 준감위, 계열사 자율 결정...LG도 연내 납부할 듯 - 류진 한경협 회장, 이재용 회장 등과 친분 관계 활용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비 문제를 '계열사 자율'로 결정하며 사실상 승인했다.
다만 삼성 준감위는 사실상 김병준 한경협 상근 고문의 용퇴를 촉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따라서 현대차와 SK에 이어 삼성그룹과 LG그룹도 연내 회비를 낼 전망이다.
4대 그룹이 회비를 납부하면 한경협은 140억원의 달하는 회비 수익과 동시에 재계 대표 단체로서의 상징성을 얻게 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준감위는 지난 26일 한경협 회비 납부를 '삼성 관계사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라'고 권고했다.
삼성 준감위는 "그동안 한경협이 투명한 회비 집행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과 회원으로서 의무인 삼성 관계사의 회비 납부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경협에 합류한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4개 계열사는 준감위 권고안을 토대로 이사회 보고 등을 거쳐 회비를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 준감위는 "앞으로 한경협에 납부한 회비가 정경유착 등 본래 목적을 벗어나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즉시 탈퇴할 것 등을 관계사에 다시 한번 권고했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아직도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그렇게 평가받고 있는 분이 경제단체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상하다"며 "임기 후에도 계속 남아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연 한경협이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는지 저는 회의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 출신이 계속 특정한 업무를 하면 유해할 수 있고, 그렇다고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다면 회비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예우를 받는다는 것은 무익하다"며 "정경유착의 근본을 끊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김병준 싱근 고문의 용퇴를 촉구한 것이란 해석이다. 김병준 상근 고문은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에서 다양한 보직에 임명된 인물로 지난해 2월 전경련(한경협 전신) 회장 직무대행직을 수행하며 쇄신작업을 이끌었다.
삼성은 이미 회비를 납부한 현대차·SK그룹에 이어 조만간 회비 납부가 예상된다. SK그룹은 최근 회비를 납부했다. SK그룹에서는 SK㈜, SK이노베이션,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4곳이 한경협에 합류하기로 했다. 내부 논의 끝에 기존 한경연 회원사였던 SK네트웍스 대신 SK하이닉스가 포함됐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초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했다. 현대차그룹 내 회원사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5곳이다.
LG그룹은 현재 한경협 회비 문제를 내부 검토 중이기 때문에 연내 납부가 전망된다.
한경협이 4대그룹에 요청한 회비는 각 35억원이다. 앞서 한경협은 지난 4월 회비 납부에 대한 공문을 각 그룹에 전달했다. 4곳이 모두 회비를 지급한다면 총 14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한경협이 받은 전체 회비 수익 113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과거 4대그룹이 전신인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에 냈던 금액보다는 줄었지만 한경협 입장에서는 큰 금액이다.
재계에서는 회비 자체보다 4대그룹이 한경협 활동에 공식 참여한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둔다.
지난해 한경협이 전경련에서 이름을 바꾼 후 복귀했던 4대 그룹은 회원사에 이름은 올렸지만 그간 회비 납부는 주저했다.
그러다 류진 회장의 취임 이후 4대 그룹은 회원 재가입, 회비 납부 등 순으로 참여하고 있다.
류진 회장은 지난해 말 간담회를 통해 "4대그룹이 들어왔기 때문에 한경협이 다시 살아났다"며 "총수 4명이 다들 잘 알아서 해주시고, 선친들이 한경협 회장단이기도 했고, 다들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류진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물론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회장과 친분을 갖고 있다.
류진 회장은 "해외에서 자주 만나고, 개별적으로도 많이 만난다"며 "꼭 한경협이 아니라도 다른 일 때문에 만나고 해서 자연스레 얘기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가 총수들 중 나이가 제일 많아 소통하기가 쉽다. 4대 그룹 모두 저에게 잘 대해주고, 어려운 것 있으면 도와주려고 하고, 관계가 좋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4대그룹 참여가 활발해지면 한경협의 위상도 과거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본다.
과거 재계 '맏형' 역할을 했던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며 위상이 추락했다. 4대그룹은 이때 전경련을 탈퇴했다.
이후 전경련은 지난해 '한경협'으로 기관명을 바꾸고,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을 거쳐 류진 풍산 회장이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