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합병 과정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 실망 커"

이복현 금감원장 기업지배구조 개선 간담회 주최 주주이익 보호 위한 상법 개정 필요성 강조 두산 지배구조 개편 인식한 듯 해

2024-08-29     나아영 기자
이복현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또다시 직접 업계 전문가들을 불러 모았다.

최근 금감원의 행보는 앞서 투자자 보호 미비를 근거로 재차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한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풀이된다.

두산그룹이 지난 7월 제출한 개편안대로 두산밥캣의 지배구조를 조정할 때 지배주주의 이익과 지배력은 강화되지만, 계열사와 개인 주주들의 이익은 희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합병이나 공개매수에서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라며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8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기업 지배구조 관련 연구기관의 연구원과 상장회사 협회 관계자를 초청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연구기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 방향과 기업이 노력할 점, 그리고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도입 관련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는 금감원의 주최로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2개의 상장사 협회와 기업지배구조연구소, 한국ESG기준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한국ESG연구소,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연구원, 삼일PWC거버넌스센터 등 7개의 연구기관이 참석했다.

이 원장이 상법 개정안 관련 간담회를 직접 주최한 것은 지난 21일 상법 분야 학자 다섯 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연 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원장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하고 있다.

이 원장은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의 이익 보호'에서 '회사와 주주의 이익 보호'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우려가 크고 부처 간 견해차가 크다는 이유로 상법 개정안 추진을 보류한 상태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주주 충실의무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부작용 우려에 따른 반대 의견이 엇갈렸다.

양측은 모두 주주 충실의무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기업 입장 등을 감안한 실현 가능한 이행 방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정두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개정은 밸류업 논의에 따라 상장회사가 주 대상이므로 일반 회사 전체로 확대하기보다 상장회사에 한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 충실의무 대신 자본시장법에서 원용하고 있는'주주의이익(권익)보호' 의무를 확장해 M&A 등 관련 기준과 절차에 도입하는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온균 삼일PWC거버넌스센터 센터장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경영 불확실성 가중, 소송 남발 등에 대한 (기업 차원의) 우려가 크고, 이사 면책·무분별한 소송 최소화를 위한 보완 장치도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