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도 학군지 선호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줄어드는 학교, '똘똘한 학군' 수요 몰려

- 신도시와 재건축 지역, 부동산 가치 위해 학교 설립 요구 확산 - 학교 통폐합 불안감 강화, 학군지 내 학교는 안전하다는 인식 강화되고 있어

2024-09-03     문홍주 기자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한국의 출산율과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한편,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학군지를 부동산 선택의 핵심가치로 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과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 주요 학군지의 사설 학원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반면, 노원구, 양천구 같은 기존 학군지에서는 학원 수가 감소하고 있어 학군지의 선호도와 부동산 가치가 지역별로 차별화되고 있다.

'줄어드는 학령인구만큼 서울 전체 학군지의 투자 수요도 떨어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교육 환경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학군을 가진 지역에 대한 선호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강력해졌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똘똘한 한채'에 몰리고 있는 것처럼 '똘똘한 학군'에 대한 수요 또한 강화된 것이다.

강남 대치역 인근 학원가의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는 교육, 투자, 사회적 지위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학교 설립에 대한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재건축 지역과 신도시에서 이런 요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동탄에서는 과학고 유치를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러한 학교 설립 요구에 따라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은 3기 신도시 내에서 공동주택의 입주 시기에 맞춰 학교가 개교할 수 있도록, 학교 용지를 무상으로 공급할 경우 중앙투자심사를 면제하는 등의 규칙을 개정한 바 있다.

좋은 학군, 자녀의 미래를 위한 필수 요소로 인식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여전히 사회적 성공의 핵심 수단으로 여겨진다. 학령인구가 줄어들었지만 자녀의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기대와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대치동의 모 공립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친 한 교사는 “교육은 단순히 학교 성적뿐만 아니라 아이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좋은 학군은 우수한 학교,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 높은 대학 진학률을 보장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자녀의 성공을 위해 많은 부모들이 학군지에 거주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군지, 부동산 가치와 경제적 안전망 역할

학군지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좋은 학군을 가진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이는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진다. 학군의 변화는 곧바로 집값에 영향을 미치고, 학군이 좋은 지역의 집값은 경제적 안전망으로 작용한다. 이는 학군지에 대한 수요를 끊임없이 유지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부동산 전문가는 “좋은 학군은 안정적인 부동산 가치의 보증서와도 같다”며 “특히 학군이 우수한 지역은 불황에도 집값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투자 안전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자녀의 사회적 네트워크와 부모의 심리적 안정감

강남에서 10년째 영어 강사를 하고 있는 A씨는 "학군지에 거주하는 것은 자녀에게 좋은 교육뿐만 아니라 비슷한 배경을 가진 또래들과의 네트워크 형성 기회를 제공한다"라며 "이러한 사회적 네트워크는 자녀의 미래 사회적 지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부모들에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좋은 학군지에 산다는 사실 자체가 부모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자녀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를 좋은 학군에 보내는 것은 단순히 성적뿐만 아니라 그 아이가 자랄 환경과 친구들의 수준까지 고려한 결정”이라며 “이웃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사회적 지위와 연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육 정책 변화에 대한 불안감도 한몫

한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 통폐합이나 교육 프로그램 축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부모들이 불확실한 교육 환경을 피하고 안정적인 학군지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학군지 내 학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교육 수준도 유지되기 때문에 이러한 불안감이 학군지 선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교육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일부 지역의 학교가 축소되거나 교육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학군지 선호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산율 감소와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학군지에 대한 한국 사회의 집착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녀 교육에 대한 높은 기대와 사회적 경쟁, 부동산 가치와 경제적 안전망, 그리고 심리적 안정감 등 복합적인 이유들이 맞물려 학군지 선호를 유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30년간 교사 일을 하다 퇴직 후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 근처에서 주택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B씨는 "좋은 학군 때문에 구옥 빌라도 마다하지 않고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다"라며 "학군지에 대한 집착이 계속되는 한, 한국 사회의 교육 열기와 부동산 시장의 불균형은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