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친환경' 필름 개발... 두 달만에 97% 생분해
갑오징어에서 추출한 세피아 멜라닌 활용... 높은 분해율·낮은 독성 보여 전기 전도도는 비교적 낮지만... 생체 디바이스 및 일회용 전자제품에 활용 가능
[녹색경제신문 = 이지웅 기자] 명재욱 카이스트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클라라 산타토 몬트리올 공과대학 교수 연구팀과 함께 완전히 생분해되는 세피아 멜라닌 기반 전기 활성 필름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매년 6천만톤 가량 발생하는 전자 폐기물을 줄이는 데 공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폐기물은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납(Pb), 카드뮴(Cd)과 같은 중금속이나 폴리염화비닐(PCB) 등 유해 화학물질을 자연에 유출해 생태계 오염을 유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기전자소재가 기존 전자제품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갑오징어에서 추출할 수 있는 세피아 멜라닌은 생분해성, 저독성을 가져 ‘지속 가능한’ 미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연구팀은 완전 분해가 할 수 있는 전기 활성 필름을 구현하기 위해 천연 바이오 소재인 세피아 멜라닌-셸락 잉크 복합체를 은 전극 패턴의 종이 위에 인쇄했다. 이후 이의 거동을 분석한 결과 85일 만에 약 97%의 생분해율을 보였다. 인쇄 필름은 육안으로 봤을 때 20일 이내에 완전히 분해됐다. 주사전자 현미경 분석을 통해 박테리아가 인쇄 필름의 생분해에 관여해 퇴비 미생물 군집이 표면에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두 가지 식물을 통해 생분해 산물의 독성도 조사했다. 실험 결과 인쇄 필름과 그 개별 구성 성분의 대(對) 식물 독성은 미미했다.
연구팀에서 만들어 낸 이 필름은 일반 금속이나 고성능 전자 재료 대비 낮은 전기 전도도를 보였으나, 환경 센서, 생체 디바이스, 일회용 전자제품 등 특정 응용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명 교수는 “세피아 멜라닌 혹은 셸락 등 널리 쓰이지 않는 바이오 기반 물질을 활용해 완전히 생분해되는 전기활성 필름을 구현한 것은 최초의 사례”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지속가능한 전자 디바이스 구현을 위한 여러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