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전자산업의 쌀' MLCC에 힘싣는 이유...전기차 전장사업 육성 '앞장'

- 삼성전기 필리핀 사업장 찾아 미래전략 논의 - 6월 수원사업장 방문 4개월 만에 다시 찾아 - 이재용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 가자"

2024-10-08     박근우 기자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자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적층 세라믹 커패시터(MLCC) 거점을 또 다시 방문해 '기회 선점'을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은 2020년과 2022년에도 부산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장용 MLCC 등에 힘을 실었다. 

이재용 회장이 MLCC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스마트폰의 20배가 넘는 부품이 탑재되는 전기차 전장용 MLCC를 선점하기 위한 행보로 관측된다.

이재용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3개국(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순방 경제사절단에 동행한 가운데 지난 6일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MLCC 사업을 점검하고 전장(자동차용 전자 장치) 사업 강화에 힘을 실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삼성전기 경영진들과 미래 사업 전략을 논의한 후 MLCC 공장을 살펴보고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칼람바 생산법인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이재용 회장은 MLCC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0년과 2022년 부산 삼성전기 사업장을 찾았다. 이재용 회장은 당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 가자"며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된다.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당부했다.

지난해 3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의 중국 방문 일정에서도 삼성전기 톈진 MLCC 생산 법인을 찾았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삼성전기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데 이어 4개월 만에 다시 삼성전기 사업장을 찾기도 했다. 

MLCC는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며 스마트폰,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해준다. 회로에 들어오는 전류가 일정하지 않으면 전자제품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고장이 날 수 있다. MLCC는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MLCC 시장은 2023년 4조원에서 2028년 9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모바일, IT제품을 넘어 서버와 전장, 우주항공,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사용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증가하는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MLCC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기는 부산을 MLCC용 핵심 소재 연구개발과 생산을 주도하는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 중이다. 또 중국과 필리핀은 IT·전장용 MLCC의 글로벌 핵심 공급 거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MLCC의 핵심 원자재를 자체 개발·제조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모바일, IT제품은 물론 전기차·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 시장의 성장에 따라 전장용 MLCC 매출 1조 달성 목표를 세우고 있다. 스마트폰에 IT용 MLCC가 1000개 정도 탑재되는 것에 비해 전기차에는 최대 20배나 많은 전장용 MLCC가 3000~20,000개가 탑재된다. 가격도 3배 이상 높아 고부가가치 부품이다. 

삼성은 전장 사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하만 등 전자 부품 계열사의 역량을 총 집결해 전기차 부품 가치사슬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앞서 삼성은 2016년 '디지털콕핏'(디지털 계기판)과 카 오디오 분야 세계 시장 1위 기업인 하만을 인수·합병했다. 

이재용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올리버 집세 BMW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 경영자들과 만나며 전장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이재용 회장은 올해 들어 ▲지난 2월 설 명절 연휴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위치한 삼성SDI 배터리 공장 점검을 시작으로 ▲자이스 미팅(독일·4월) ▲메타·아마존·퀄컴·버라이즌 미팅(미국·6월) ▲인도 주재원 간담회(인도·7월) ▲마크롱 대통령 오찬(프랑스·7월)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 참석(프랑스·9월) ▲브론키 가전 공장 점검(폴란드·9월) 등 글로벌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