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3사 주담대 1년 새 11조원↑... "설립 취지에 맞지 않아" 비판 나와

카뱅·케뱅·토뱅, 주담대 잔액 올 8월 기준 34조4000억원... 전년 동월 대비 47%↑ 주담대·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활성화가 '급등' 원인으로 꼽혀 김현정 의원 "주담대 확대는 인뱅 설립 취지에 어긋나...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 필요"

2024-10-17     이준성 기자
인터넷은행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주택담보대출이 지난 1년 새 11조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 인터넷은행이 당초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대출 공급보다 주담대 영업에 치중하며 가계대출 급증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인터넷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가 낮고 접근성과 편의성 등이 좋은 인터넷은행에 대출 수요자가 몰렸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주택담보대출(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34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월(23조4000억원) 대비 47%(약 11조원) 증가했다.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5월까지만 하더라도 19조3000억원으로 20조원을 밑돌았으나 같은 해 말 26조6000억원까지 늘어났고, 올해 2월 30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30조원대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주담대는 515조원에서 568조7000억원으로 10.4% 늘었다. 시중은행보다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증가율이 훨씬 가팔랐다는 뜻이다. 이 기간 전체 은행권의 주담대는 655조4000억원에서 714조1000억원으로 8.9%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케이뱅크의 증가율이 87.8%로 특히 두드러졌다. 케이뱅크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8월 4조1000억원이었으나 올해 8월 7조70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19조3000억원서 24조9000억원으로 29% 증가했다.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는 토스뱅크는 지난해 9월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출시했다. 지난 8월 기준 잔액은 1조8000억원이었다.

이처럼 인터넷은행의 주담대가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는 올해 시작된 주담대·전세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서비스의 활성화가 꼽힌다. 인터넷은행이 해당 서비스에서 낮은 금리와 편의성 등을 앞세워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주담대를 취급하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월별 평균 대출 금리(신규 취급·분활상환 기준)는 올해 4월과 7·8월을 제외하면 5대 시중은행을 줄곧 밑돈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의 도입 취지가 중·저신용대출 확대였던 만큼 이들 은행이 부실 우려는 작으면서도 손쉽게 이자이익을 올릴 수 있는 주담대를 확대하는 부적절한 영업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정 의원은 "인터넷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급격히 늘리는 것은 포용적 금융을 목표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며 "급격한 대출 증가가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키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터넷은행이 손실 위험이 큰 중·저신용대출 공급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만큼, 주담대도 함께 늘려 재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앞서 국회 정무위 소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지난 6월까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취급한 중·저신용대출은 27.4% 줄었지만, 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은 157.4%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