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실손보험 꼴 날라"...무한경쟁 돌입한 펫보험
- 자기부담금 0% 상품 등장...도덕적 해이 발생 우려 - 보험硏, 손해율 관리 위해 자기부담률 설정해야...지속가능성장 도모 - 디지털 플랫폼 활용한 소비자 접근성 향상 제안...미니보험사 진입 규제 완화도 검토 - 제도개선 없는 시장 확대 시 손해율 관리 어려워...진료항목 표준화 등 선행돼야
[녹색경제신문 = 윤덕제 기자]펫보험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으며 주요 손보사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기부담금이 전혀 없는 상품까지 등장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구(舊)' 실손으로 불리는 1세대 실손보험이 처음 출시될 당시 비급여 항목까지 넓게 보장하고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어 '역마진'이라는 역풍을 맞은 바 있다고 꼬집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계속 오르다 보니 이를 상쇄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지는 악순환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31일 김경선·한진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려동물보험 현황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반려동물보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자기부담률 설정을 통해 손해율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미니보험사의 진입 규제 완화와 함께 디지털 플랫폼 등을 활용해 소비자의 보험 접근성도 높일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최근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양육가구의 부담 완화를 위한 수단으로 반려동물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백신 접종 확대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반려견 수명이 늘어나고 진료비 부담이 큰 노령견 비중도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현 정부도 적극적으로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하면서 소비자 편의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려동물 보험가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반려동물보험 보유계약건수는 13만3000건, 원수보험료는 328억원으로 가입률은 약 1.7%다. 스웨덴의 40.0%, 영국 25.0%, 미국 2.5%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같은 원인으로 반려동물보험의 가입 대상과 상품 종류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려동물의 고령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보험 가입연령이 대부분 만 10세 이하로 제한적이며, 개·고양이를 제외한 특수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보장공백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품 개발 활성화를 위한 소액단기전문 보험사 및 반려동물 특화 보험사의 시장 진입도 더딘 편이다. 올 6월 삼성화재가 지분 투자한 '마이브라운'이 최초로 소액단기전문 보험화사 예비허가를 신청했으나, 그 외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의 반려동물보험은 보장범위와 요율이 기존보다 다양화·세분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험회사에서 자가부담률 0% 또는 자기부담금이 없는 상품을 출시함에 따라 도덕적 해이로 인한 과잉 진료 발생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손해율 관리를 위해서는 소비자 비용 분담을 통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할 것"이라며 "고액의 보험금 청구가 증가하는 특정 연령 도달 시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등의 상품 개발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반려동물보험은 10% 이상의 자기부담률이 존재하고, 영국 보험회사는 반려동물의 특정 연령 시점에서 추가적으로 보험료를 상승시켜 손해율을 관리하고 있다.
이밖에 김 연구위원은 다양한 사업자의 반려동물보험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소액단기전문 보험업의 진입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또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반려동물보험 비교·추천서비스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소비자의 인지도와 접근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중소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대형 손보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펫보험 시장에서 시장 성장에만 몰입할 경우 손해율로 고심하는 실손보험처럼 전략할 수 있다"며 "합리적인 요율산출과 보장 강화를 위해서는 진료항목 표준화,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정확한 데이터 산출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