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바이오메드 M&A)보호예수 회피용 설계?…화신테크 전철 우려②
인수주체, 종업원 0명의 건기식 유통업체…부분 자본잠식 '구주 쪼개기 매각' 논란…발행주식 18% 오버행 거래 후 최대주주 지분 6% 불과…외부 차입 불가피
[인사이트녹경 = 박준형 기자] 최대주주 변경이 진행되고 있는 미코바이오메드의 구주 매각 주체가 변경되면서 '구주 쪼개기 매각’이 도마에 올랐다. 최대주주에 오르는 법인(한걸음)은 건강보조식품 소매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양사 간 사업영역에서 공통분모가 적은 데다, '한걸음' 법인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 구조도 열악한 것으로 확인된다. 재무적 투자(FI)를 위한 비이클(매개체)란 의혹이 짙어지는 이유다. 일각에선 투자조합 등의 보호예수 등 시장 조치를 회피하기 위해 인수합병(M&A) 세력이 내세운 법인이 아니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부분 자본잠식 법인의 코스닥 M&A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코바이오메드의 기존 대주주인 미코는 △한걸음 △리튬코리아 △담당이라는 법인 및 투자조합들을 대상으로 보유주식 1057만여주를 14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14일 잔금을 납입할 계획이었지만 오는 29일로 변경됐다.
계약 완료 이후 최대주주에 오르는 곳은 '한걸음'이라는 법인이다. 구주 300만주를 40억여원에 인수. 미코바이오메드 지분 약 6.9%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한걸음이란 법인에 쏠리고 있다. 이 법인은 지난 2020년 설립됐으며 건강보조식품 소매업을 주사업으로 하고 있다. 홍삼을 비롯해 가전제품 등을 유통하는 업체로 알려졌다. 나이스 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종업원은 0명이다.
건기식 소매업체 법인이 체외진단전문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는 만큼 M&A의 목적성에 대해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공통적인 사업 분모가 사실상 전무해서다. 더구나 경영권 인수 이후 지분율도 7%에도 못 미쳐 지배력 유지를 위해선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한걸음의 재무적 상황은 상장사 M&A에 나설 만큼 넉넉치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매출액 18억원, 당기순이익 4억원을 기록했지만, 자기자본은 3600만원에 그친다. 자기자본이 자본금(1억원) 보다 낮아 자본잠식률 64%로 완전 자본잠식에 가까운 부분 자본잠식으로 해석된다. 지난 2022년 1억67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결손금이 커졌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한걸음은 지난 2022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500만원을 기록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2022년 기준 한걸음의 현금성 자산은 1억4800만원, 지난해 한걸음의 자산총계는 9억원 수준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이번 M&A를 위한 대규모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선 차입 등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한걸음의 신용 등급은 외부 자금 유치를 위해 열위하다는 평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걸음 신용등급을 'CCC'로 평가했다. 보통 이하의 '열위' 신용등급으로 거래안전성 저하가 예상돼 주의를 요하는 기업이란 의미다. 현금흐름 등급 역시 CF4(열위)다. 나신평은 "연간 창출한 현금흐름으로 운전자금 투자수요금액을 충당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보호예수 회피용 지적…구주 18% 오버행
시장 일각에선 지오릿에너지(전 지엔원에너지), 인그레더블버즈(전 웨스트라이즈) M&A에 나섰던 세력이 보호예수 회피용 법인을 내세워 M&A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번 M&A에 나선 이들 중 한걸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가져가는 곳은 이노파이언성장1호조합으로 250만주(5.74%)를 33억원 가량에 인수한다.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투자조합이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가 될 경우 투자한 기업 주식을 1년간 의무보유(보호예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투자조합은 한걸음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되면 최대주주 지위 및 보호예수 의무를 피해간다.
한걸음은 지난 8일 미코바이오메드 경영권 매각 계약이 변경되면서 새로 등장한 법인이다. 당초 리튬코리아가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500만주(11.48%)를 인수할 계획이었지만, 계약이 변경되면서 리튬코리아는 200만주만 인수하게 됐다. 한걸음을 제외한 양수인들이 인수하는 구주는 757만여주(17.38%)에 달한다.
화신테크 전철 밟을까…차입 상환에 풀린 구주
미코바이오메드의 M&A가 현재는 상장폐지 된 화신테크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화신테크는 지난 2018년 한스이엔지라는 곳이 인수했다. 한스이엔지는 현재 리튬코리아를 지배하는 이들이 M&A를 위해 활용하던 법인으로 파악된다.
한스이엔지는 화신테크 인수 당시 자금 절반 이상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다만 인수 4달여 만에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고, 최대주주가 투자조합으로 변경됐다. 한스이엔지는 지분 16.41%를 1개 법인 및 8명의 개인에 대물변제 방식으로 넘겼다. 한스이엔지가 보유했던 지분은 모두 대량보유보고(5%룰) 공시를 피해 시장에 풀렸을 것으로 파악된다.
미코바이오메드 M&A에 나선 투자조합들이 리튬플러스와 '한 몸통'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사실상 구주를 가장 많이 떠가는 곳이 리튬코리아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미코바이오메드 구주 107만여주(2.46%)를 받아가는 담당이라는 법인을 지배하는 이들은 리튬코리아와 동일하다. ‘한스이엔지-리튬코리아-담당’이 한몸인 셈이다.
담당은 앞서 화신테크 M&A 당시에도 등장한 바 있다. 당시 담당은 화신테크 CB를 5.9% 확보했지만 단순투자목적으로 공시했다. 당시 한스이엔지는 화신테크의 최대주주로 보유 목적은 경영참여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투자조합을 통한 편법적 쪼개기 인수는 주가조작, 무자본 M&A 등 불공정거래와 연루됐던 경우가 많았다”며 “구주가 한번에 풀리면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