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 "이재용 회장이 재판에 끌려다니는데 의사결정 되겠나"...'배임죄 폐지' 공론화(?)

- 민주당, 20일 '주식시장 활성화, 일반 투자자 간담회' - "기업인 배임죄 수사하고 처벌하는 문제 공론화할 때"

2024-11-21     박근우 기자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항소를 당해서 재판에 끌려다니는데 의사결정이 되겠나"라며 "이제는 기업인을 배임죄로 수사하고 처벌하는 문제를 공론화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찬성하는 조건으로 내건 상법 개정에 재계가 반발하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상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유화책을 내민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재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배당소득 분리 과세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치는 등 '친기업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어펜딕스에서 열린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과반수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대주주가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비정상을 해소하자는 것인데, 실제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주주는 '감옥에 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다"며 과도한 배임죄 적용에 대한 대책 필요성을 언급했다.

민주당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하자, 재계에서는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는 이유로 기업 이사들이 배임죄 대상이 돼 과도한 수사를 받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배임죄의 경우 그간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배임죄는 기업인이 경영상 판단을 내릴 때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에 걸림돌로 인식돼왔다. 

이재명 대표는 "검찰이 수시로 웬만한 회사 자료를 갖고 심심하면 내사를 한다. 배임죄 이런 것으로 조사를 하면 회사가 망해 버린다"며 "삼성도 현재 그러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비정상적 상황이 이사 충실 의무를 만들어 확장하면 더 많이 생길 것이라는 걱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들 입장에서는 '죄를 안 지었으면 되지 않나'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항소를 당해서 재판에 끌려다니는데 의사결정이 되겠나"라며 "이제는 기업인을 배임죄로 수사하고 처벌하는 문제를 공론화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배당소득 분리 과세' 문제에 대해서도 "공개적인 논쟁을 통해 실질적으로 점검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며 "누가 저를 포퓰리스트라고 욕하던데 사실 정말 필요한데 눈치 보느라 못하거나 실질적으로 필요한 일을 안 하는 것, 이런 문제가 포퓰리즘이다. 배당주 분리과세가 그런 게 걸려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는 "배당소득세를 낮추자고 하면 세금 깎아주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거 대주주, 부자 세금 깎아주는 거 아니냐' (이런 말이 나온다)"며 "배당이 정상화될 수만 있다면 배당소득세를 낮추는 것이 세수 증대에, 총액으로 보면 오히려 더 많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정치적으로 가면 논쟁거리가 돼서 쉽지 않다. 저도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것(배당소득 분리과세)은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배당소득 분리 과세는 배당소득·이자소득을 합한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이 넘을 경우 배당소득만 떼어내 단일 과세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근로소득·연금소득 등 다른 종합소득과 합해 최대 49.5%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과세체계를 개편하는 것. 

배당소득 분리 과세는 배당세 부담을 줄여 배당주 투자 유인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재계는 '금투세 폐지'와 함께 요구해온 핵심 사안이다. 

한편, 현행 배임죄는 경영인이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주주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성립한다. 하지만 모든 경영과 투자 판단에는 위험이 따른다. 경영상 손실이 발생했다고 모두 배임으로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은 사후적 결과만 기준으로 배임 여부를 판단해 적용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가령 신사업 진출과 인수·합병(M&A)에 실패했다고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기업 혁신은 불가능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 "배임죄는 세계 주요 선진국 어디에도 없다"며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