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 주주 돈으로 빚 갚고…생색도 주주 돈으로①

CB 풋옵션 대응에 주주 돈 210억 활용 예정 유증 신주 총발행주식수 대비 20% 상회…오버행 우려

2024-11-25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인사이트녹경 = 박준형 기자] 현대바이오가 94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 가운데 유증 완료 후 무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채무상환을 위해 주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나선 것인데, 주주들 돈으로 빚을 갚으면서 주주 돈으로 생색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바이오가 무상증자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재원은 채무상환에 사용하는 금액에 맞먹는다.

유증으로 풋옵션 대응…CB 발행 5개월만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바이오는 948억여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을 추진한다. 신주의 발행가액은 1만1560원으로 820만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현대바이오 발행주식총수의 20.59% 규모다.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전환사채(CB)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대응 및 연구개발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5~6월 현대ADM(전 에이디엠코리아) 인수를 위해 발행했던 9~10회차 CB 210억원을 상환하고 나머지 자금은 임상 등 연구개발비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특이한 점은 9~10회차 CB는 아직 단 한차례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가하락에 따른 리픽싱 발행당시 전환가의 70%까지 가능하다. 9~10회차 CB의 리픽싱은 오는 12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CB 발행 시점 현대바이오의 주가는 2만원 수준이었다. 이에 리픽싱 한도는 9회차가 1만4675원, 10회차는 1만3389원으로 결정됐다. 현대바이오의 지난 22일 종가는 1만4000원으로 당장 풋옵션 우려가 큰 상황은 아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현대바이오의 유증 자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현대바이오는 최대주주인 씨앤팜과의 특허권 거래 및 바이오 관계사 설립 등에 55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잉여금 없이 무증 계획발표…공시위반 가능성

현대바이오는 유증 흥행을 위해 유증 완료 후 무상증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무상증자 공시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오상기 현대바이오 대표는 언론 보도를 통해 유상증자 후 100% 무상증자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바이오가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하지 않고 유증 이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열악한 재무 구조로 무상증자를 진행할 재원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바이오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이던 발광다이오드(LED) 및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중단하고 바이오 신사업을 추진하며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현대바이오의 누적 결손금은 149억원에 달한다. 반면 주식발행초과금은 30억원에 불과하다. 주식발행초과금이란 주식발행으로 얻은 금액 중 액면금액을 초과한 금액을 말한다. 예컨대 액면가 100원인 주식이 1000원에 신주를 발행할 경우 900원이 주식발행초과금(자본잉여금)으로 편입된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현대바이오의 발행주식총수는 4801만9352주가 된다. 100% 무상증자를 완료할 경우 발행주식수는 1억주에 가까워진다. 자본 전입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240억원을 넘어선다.

현대바이오는 유증 완료를 통해 쌓이게 되는 주식발행초과금을 무상증자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바이오의 예정발행가액(1만1560원)을 기준으로 유증이 완료되면 주식발행초과금이 907억원 가량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쌓이게 된다.

자본잉여금은 법정준비금으로 결손보전 또는 무상증자(자본 전입) 등에만 사용할 수 있다. 회사가 사업을 통해 벌어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도 없는 회계상 자본인 셈이다. 법정준비금이 아닌 이익잉여금으로 주식을 나눠줄 경우 무상증자가 아닌 주식배당으로 표현한다. 현대바이오가 생색내기식 무상증자를 진행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상증자는 자본잉여금이 자본금으로 대체되는 것으로 자본 구성이 바뀌는 것 외에는 특별한 효과가 없다”면서 “배당과는 달리 그저 주주들이 미리 준 것을 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입장에서는 재원을 회사에 보전하면서 힘들이지 않고 주주들에게 생색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무상증자 관련 공시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문의를 위해 현대바이오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무증 공시 전 관련 정보 누설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특정 사람에게 혹은 특정 집단에 회사 내부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면서 “무상증자 등 공시 사항은 한국거래소를 통해 미리 공시를 하도록돼 있는데 특정 언론 등을 통해 해당 정보를 미리 제공할 경우 공시의무 관련 이슈 사항으로 불거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자세한 부분은 살펴봐야 겠지만, 공시의무 사항일 경우 확인절차에 들어가게 된다”면서 “대상여부가 맞을 경우에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대상이 되고 제재 절차에 들어 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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