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동향] 중국산보다 ‘유럽산’이 각광받는 이유...자국 생산 제품 보호법의 국내 현황은?
중국산 저렴한 가격과 대규모 물량 자랑하지만...유럽산에 비해 제품 보호 약해 국내 자국 생산 제품 보호법의 현 위치...'안전성' 검사에 불과 업계, "국내 GI 제도 활성화 위해 법적 호환성 및 브랜드 강화에 나서야"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중국산 제품들은 저렴한 가격과 대규모 물량으로 전 세계에 발을 뻗고 있다.
하지만 유럽산이 중국산 제품보다 종종 더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유럽은 자국 생산 제품 보호에 엄격한 법과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은 자국 생산품의 품질과 소비자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AOP(Appellation d'Origine Protégée)와 DOP(Denominazione di Origine Protetta) 등 엄격한 지리적 표시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자국 생산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국내에도 자국 생산품 보호 제도 있지만...국제 분쟁 시 효력 사실상 '유야무야'
먼저 국내에서도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처럼 지리적 표시제(Geographical Indication)가 운영되고 있다. 본질적으로 국내와 유럽의 GI 제도는 유사하지만, 유럽과 국내 GI 제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법적 보호 수준에 있다.
유럽에서는 GI 침해에 아주 강력한 법적 보호를 제공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국내법으로만 제재가 가능하기에 국제적 분쟁이 일어나면 법적 보호가 쉽지 않다.
또한 국내 기준보다 유럽의 GI 적용 기준이 더욱 엄격하다. 예를 들어 국내 GI 제도는 특정 지역과 환경에서 전통적 생산방식으로 만들어지기를 강조한다면, 유럽은 PDO(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원산지 명칭 보호)와 PGI(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 지리적 표시 보호)로 규제 수준이 이원화돼 있다.
실제로 PDO는 제품의 생산, 가공, 원재료 모두가 지정된 지역에서 이뤄져야 하고, PGI는 제품의 생산 또는 가공 과정 중 하나라도 해당 지역에서 이뤄지면 등록이 가능하다.
한편 국내에선 GI 제도 외에도 전통식품품질인증제와 국제 표준화(ISO) 인증 등을 통해 한국산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는 있지만, 이 역시 공신력과 관리적 측면에서 유럽에 비해 뒤처진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국내산 제품에 가장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제도인 KC(Korea Certification) 인증의 경우도 안전성에만 초점이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유통업계에선 국내 규제 강화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법적 체계를 국제적인 보호 체계와 잘 호환되도록 수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유통업계 관계자는 25일 <녹색경제신문>에 “유럽처럼 자국 생산 제품을 강력하게 보호하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이를 침해한 사례를 적발하고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만 국내 법적 혹은 재정적 기반이 이를 뒷받침하기엔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포장 디자인 전면 수정한 '토블론'...국내 '대기업 중심 산업 구조'에 GI 강화 어려워
한편 국내 현행 법규는 유럽국가 중에서도 스위스와 두드러진 비교점을 나타내는데, 지난 2017년 스위스 정부는 스위스의 자국 생산 제품 보호 강화를 위해 ‘Swissness Act(스위스법)’을 도입했다.
스위스법의 주요 내용에 따르면 식품의 경우 최소 80%의 원재료가 스위스산이어야 하고, 주요 가공 공정 역시 스위스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우유 및 유제품의 경우는 100% 스위스산이어야 한다.
이에 스위스를 대표하는 토블론 초콜릿은 기존앤 마테호른(Matterhorn) 산의 이미지를 포장에 사용해 왔으나, 지난 2023년부터는 일부 생산이 스위스 외부로 이전되면서 스위스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이후 토블론은 포장 디자인을 전면 수정하고, 마테호른산 대신 일반 설산 이미지를 포장에 넣었다.
한편 유통업계는 스위스의 사례처럼 국내산 제품에 엄격한 지리적 표시제(GI) 등을 적용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꼽았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량 생산 및 저비용을 통해 수출을 이루고 있어, 지역 특산물의 고유성을 강조하는 GI 제도와 우리나라의 실정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
이에 일각에선 국내 생산품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국가는 글로벌 보호 체계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국내 지리적 표시적 강화 등을 위해선 지역 제품의 품질 및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며 "또한 국가 차원에서는 글로벌 보호 체계를 확립해 국내 생산품의 품질 유지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