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계엄 여파'에 긴장↑... "환율 상승 시 주주환원·대출 여력 떨어져"

원·달러 환율, 계엄 선포 후 치솟았다가 진정세... '탄핵 정국' 등 상승 압력은 지속 환율 증가시 건전성 지표 악화... 10원 증가하면 보통주자본비율 1~3bp 하락 보통주자본비율 떨어지면 주주환원 및 대출 등 쪼그라들 수 있어

2024-12-05     이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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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금융권이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정국 불안으로 환율이 상승해 건전성 지표가 흔들리면 주주환원 및 대출 여력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5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402.9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친 원·달러 환율은 그날 밤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후 1446.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이어지던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5년 8개월여 만의 최고점에 해당한다.  

이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하고 계엄령이 해제되면서 환율은 일단 진정됐다. 5일 오후 2시 48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 야간거래 종가(1413.6원) 대비 1.3원 오른 1414.9원에 거래되고 있다. 1410원대 중반에서 등락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환율 상승 압력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탄핵 정국' 등이 가져올 정치적 불확실성과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와 국내 경기 등에 악영향을 미치며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이달로 예정된 미국 등 각국의 통화정책회의와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환율 변동폭을 한층 넓힐 수 있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국 불안 탓에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410~1420원대에 머물지 않을까 싶다"라며 "대내외적 변수가 모두 작용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최대 145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환율 상승시 금융권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예가 보통주자본비율(CET1)이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은행 등의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자본적정성 지표로, 자기자본 중 가장 안정적인 자본(보통주·이익잉여금 등)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된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은 약 1~3bp(1bp=0.01%p) 하락한다. 외화 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해 RWA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즉, CET1이 떨어졌다는 것은 은행 등의 안정적인 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 탓에 CET1이 하락하면 배당 등 주주환원 규모는 쪼그라들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CET1 수치 달성을 주주환원의 조건 중 하나로 내건 금융권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아울러 CET1이 떨어지면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일 수도 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나 저소득층 등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들에 대한 대출 공급을 우선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위험가중치가 큰 대출을 줄여 RWA 등을 낮춤으로써 CET1 비율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더욱 뼈아픈 부분은 이미 금융권의 환율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말만 해도 1320원대였으나 도널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와 이번 계엄 파문이 겹치며 벌써 90원 가까이 오른 상태다. 금융권이 지금 현재로서도 CET1이 9~27bp 움직일 수 있는 환율 변동성을 마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국 불안으로 원화 가치 하락이 계속되면 금융지주 등은 건전성을 붙잡기 위해 주주환원이나 대출 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다"며 "은행들은 미국 대선 후 '강달러' 현상이 나타났을 때부터 대출 창구를 닫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대출 정상화 시점 역시 계엄 여파로 인해 멀어질 것"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일단 자본적정성부터 시급히 관리해야 하는데 어떻게 원활하게 가계대출을 공급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