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영 차기 농협은행장, 내부통제·슈퍼앱 강화 과제로
'디지털 전문가' 평가 받는 인물 내부통제 강화로 금융사고 줄여야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농협은행이 새 수장을 맞는다. NH농협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차기 NH농협은행장 후보로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을 추천했다. 강 후보는 향후 농협은행장 자리에서 내부통제 강화와 슈퍼앱 강화에 중점을 둔 경영을 펼쳐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농협금융은 지난 20일 임추위를 열고 다음 농협은행장에 강 부사장을 추천했다. 강태영 내정자는 1966년생으로 진주 대아고, 건국대를 졸업한 이후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농협은행 서울강북사업부장과 디지털전환(DT)부문 부행장 등을 거쳐 현재 농협캐피탈 지원총괄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강 후보는 다년간 여신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더불어 인사부와 종합기획부 등의 근무경력과 일선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력과 영업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는 강 후보가 DT부문 부행장 재임 시 농협금융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임하며 지주 회장과 함께 뱅킹 앱을 그룹 슈퍼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데 앞장섰던 디지털 전문가라는 평가다.
임추위는 "농협은행이 내년에 디지털 혁신 주도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을 주요 경영전략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신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춘 강 후보가 데이터에 기반한 초개인화 마케팅을 적극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업계는 강 후보가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놓고 슈퍼앱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현재 농협은행의 올원뱅크는 5대 금융 가운데 가장 적은 가입자수와 월간활성이용자(MAU)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농협은행이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기 위해선 슈퍼앱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수란 의견이 나온다.
강 후보는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강화라는 과제도 갖게 됐다. 올해 1~8월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10건으로 작년(5건)보다 2배 늘었다. 금융사고액은 293억원으로 △2019년 5084만원(3건) △2020년 1억5316만원(5건) △2021년 67억5666만원(3건) △2023년 3억9404만원 등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많았다.
임추위는 강 후보가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인사 쇄신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금융권은 내부통제와 인적쇄신에 힘쓰고 있다”며 “인사 경험과 변혁적 리더십을 갖춘 강 내정자가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적재적소 인사 구현을 통해 농협은행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강 후보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최측근이라고 알려진 것을 고려하면 내부통제 시스템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단 지적이다. 오히려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커져 금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단 관측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역시 농협중앙회의 인사 개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더불어 농협은행의 금융사고 원인을 지배구조로 지목하면서 농협금융·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임추위의 추천을 받은 강 후보는 이달 중 농협은행 임추위 또는 이사회에서 자격검증 및 심사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2025년 1월 1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 2년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강태영 농협캐피탈 부사장이 임기 초기부터 풀어야 할 과제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내부통제 강화를 놓고 부정적인 시선이 쏠리는 것을 불식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