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2300억 부당대출 적발...이복현 "현 경영진 책임"
금감원, 2024년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브리핑 고위 임직원 관련 대출심사・사후관리 소홀 부당대출도 1604억원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우리은행에서 지난 5년 동안 2300억원이 넘는 부당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대출도 730억원이나 포함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현 경영진들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에 대한정기검사를 통해 우리금융지주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73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의심대출 350억원 이외에 다수 임직원이 관여된 부당대출 380억원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해당 부당대출에선 시설자금대출을 취급하면서 부도수표를 기거래 중도금 증빙으로 인정하거나 계약서 등 고객 제출 서류 진위확인을 소홀히하고 자기 자금 및 상환능력 심사가 부적정하게 이뤄졌다.
더불어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에서 적발된 총 730억원의 부당대출 중 61.8%에 해당하는 451억원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현 경영진 취임 이후인 지난 2023년 3월 이후 취급됐다고 밝혔다.
특히 전체 730억원 부당대출 중 46.3%에 이르는 338억원이 부실화된 것으로 확인됐다.임 회장 등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된 부당대출 451억원 중 27.3%(123억원)도 부실화된 상황이다.
이미 적발된 350억원 가운데 대부분(84.6%)이 부실화된 점을 고려하면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되고 정상으로 분류된 328억원도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고, 장기간 다수 부당대출이 취급되는 동안 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 과정에서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여신을 주도적으로 취급한 지역본부장이 한 지점을 통해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에 여신 42억7000만원(6건)을 취급하며 자금용도·상환능력 평가를 소홀히 하는 등 내규를 다수 위반하고 퇴직 후에는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차주 회사에 재취업한 사실도 적발했다.
또, 우리은행 전현직 고위 임직원(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이 단기성과 등을 위해 대출심사·사후관리를 소홀히 해 부당대출 1640억원을 취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중 61.5%(987억원) 역시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고 전체 부당대출 중 76.6%(1229억원)이 부실화됐다.
금감원은 사후 대응이 부실했던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혐의를 인지하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5개월 동안 미보고했고 이로 인해 금감원 검사와 검찰 수사가 지연됐다.
우리금융이 추진 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와 관련해 의사결정 절차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종룡 회장이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다는 것이다.
내규에 따르면 M&A 등 중요 경영사항 추진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고, 이 경우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이사회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함에 따라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특히 지주의 자회사 편입 관련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점이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드러난 은행지주 경영·관리상 취약점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감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구현, 건전성·리스크 관리 강화, 자율쇄신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고 이번 검사결과 확인된 명백한 법규위반 사항에 대해 엄정 제재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를 통해 금융회사가 단기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지배구조 선진화, 건전성·리스크관리 중심 영업 및 엄정한 조직문화 확립 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도록 유도하겠다”며 “아울러 지난해 검사결과 나타난 회사별 취약점에 대해서는 향후 재점검 등을 통해 개선실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법규위반 사항은 그 책임에 맞게 엄중 제재하는 등 검사결과 후속처리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