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 인사이드] 디아이 알짜 자회사 디지털프론티어, 연내 IPO 기대감 '솔솔'
SK하이닉스 HBM, DDR5 수주잔고만 2000억 이상 6세대 HBM 테스트 협의도 진행 중, 연내 성과 기대 임직원 대상 스톡옵션 부여, 지분율 73%→65%로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기자]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사 디아이의 종속회사인 '디지털프론티어'가 기업 집단의 보배가 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와 HBM, DDR5 관련 870억원 가량의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연내 HBM4(6세대) 테스터 관련 퀄(품질인증) 통과 가능성도 높아진 까닭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수익성이 대폭 높아질 전망이라 일각에서는 IPO(기업공개) 가능성도 높게 점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프론티어는 최근 SK하이닉스와 HBM, DDR5 양산라인에 웨이퍼 테스터와 번인테스터를 공급하는 87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공급 물량은 올 8월 말까지 SK하이닉스 이천, 청주 사이트에 인도될 예정이다.
웨이퍼 테스터는 다이싱(분할) 이전 웨이퍼 상태에서 전기적 특성 등을 검사하는 장비고, 번인테스트는 소자를 특정 온도와 전압 조건에서 작동시켜 패키징 이전 잠재적인 결함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사장비다.
디지털프론티어는 지난해 8월에도 166억원 규모의 SK하이닉스향 DDR5 관련 웨이퍼 테스터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10월에도 SK하이닉스와 1237억원 규모의 HBM/DDR5 웨이퍼 테스터, DDR5용 패키지 번인 테스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지난해 3분기 이후 수주잔고만 2273억원 가량을 쌓고 있다.
이번에 공급계약을 체결한 HBM은 4,5세대인 HBM3, HBM3E 양산 라인에 입고되는 웨이퍼 테스터다. 기존 HBM 양산라인에서는 일본의 어드반테스트가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었으나,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가 백엔드 부문에서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디지털프론티어가 수혜를 입는 형국이다. 캐파에 한계가 있는 어드반테스트의 물량은 줄어들면서 디지털프런티어 등 국산 장비가 이를 대체하는 그림이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대목은 6세대 HBM4 테스터의 입고 시기다. HBM은 D램을 적층해 이를 GPU(그래픽처리장치)와 연결하는 구조인데, 적층의 단수가 올라갈 수록 데이터 용량과 처리 속도가 향상되지만 열 제어와 이에 따른 수율 이슈가 대두된다. 6세대는 12단, 16단 기술이 상용화된다. 선단 공정을 선점하는 메이커가 향후 백엔드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디지털프론티어는 SK하이닉스와 HBM4 관련 테스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 퀄을 받고, 늦어도 내년 초 정식 양산물량을 공급한다는 내부 계획을 세워뒀다. 5세대 물량이 8월까지 입고되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퀄 테스트가 진행될 전망이다.
디지털프론티어는 지난 2007년 설립된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사다. 엔지니어 출신 오성구 대표가 설립했다. 디아이에 지난 2012년 인수됐다. 당시 디아이는 디지털프론티어의 보통주 14만6000주(73%)를 101억원에 인수했다. 일본 어드반테스트와 미국 테라다인(Teradyne)이 양분하고 있는 웨이퍼 테스트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2019년 SK하이닉스의 기술혁신기업으로 선정, 정식 밴더사로 등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아이의 매출 포트폴리오가 주로 삼성전자에 편중돼 있었기 때문에 고객사 다변화 차원에서 SK하이닉스와 전략적인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디지털프론티어를 낙점했다"고 말했다.
2023년까지 D램 다운싸이클 여파와 연구개발비 지출 등 판관비 확대로 120억원의 매출액, 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SK하이닉스 HBM 양산라인 퀄을 받아내면서 환골탈태하고 있다.
지난해 3, 4분기 인도분이 매출액으로 대거 산입되면서 지난해 말 매출액 730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이 예상된다. IB업계에서는 올해 약 2400억원의 매출액, 44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점치고 있다. 기수주 물량이 차질없이 전량 매출액으로 산입된다는 가정 하에서다. 디아이가 취할 수 있는 지분법 이익 역시 크게 늘어난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디지털프론티어의 IPO 가능성을 높게 치고 있다. 당장 지난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올해 약 230% 가량의 매출 성장이 예상되면서 일부 IB는 발빠르게 주관사 계약 타진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올해 DDR5, 낸드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면 높은 멀티플로 기업가치를 책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피어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는 유니테스트의 경우 약 3000억원 수준의 시총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3분기 디아이는 HBM 웨이퍼 테스터, 번인 테스터 양산 공급에 핵심 역할을 한 일부 임원들에 대해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약 2만4000주 가량으로, 현재 총 주식수(24만주)의 10%에 이르는 물량이다. 오 대표를 비롯해 신규 테스트 공급에 공을 세운 일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부여된 걸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 2분기까지 73%의 지분율을 유지하던 디아이는 65.2% 수준으로 지분율이 희석됐다.
디아이 관계자는 "올해 HBM4 테스터 공급과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기업공개와 관련) 개인적으로 아는 바는 없으나 회사 내부적으로 그런 니즈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