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인데 '무배당' 쇼크...보험사, 건전성 강화에 발목잡힌 주주환원

- IFRS17 도입 여파…일부 보험사, 역대급 실적에도 배당 재원 줄어 - 해약환급금준비금 등 법정 준비금 적립 부담↑...배당가능이익 부족 - 결산배당금 확정한 상장 보험사는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보,코리안리 뿐

2025-03-07     윤덕제 기자

 

[녹색경제신문 = 윤덕제 기자]보험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배당금 지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높은 배당 수익률을 제공해온 보험업종이 건전성 규제 강화에 따른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로 인해 배당 재원 확보가 힘들어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7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국내 상장 보험사 11곳 중 현재 배당을 확정한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DB손보, 코리안리 등 4곳 뿐이다. 이 외 다수 보험사는 배당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보험업계에서는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당시 마련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보험사 배당 여력을 약화시켰다는 풀이다. 이는 시가평가된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작을 경우 그 차액(해약환급금 부족액)을 준비금으로 쌓아 실질적인 보험부채를 보수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보험사 영업실적이 확대되면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도 커질 수 밖에 없어 오히려 배당 여력은 줄어든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신계약 확대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환급금 부담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 대형 4개 손보사(삼성화재, DB손보, 메리츠화재, 현대해상)의 누적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총 12조 4533억원으로 지난 2023년말 대비 9개월만에 4조 1758억원(약 50%) 증가했다. 아울러 국내 생명보험사 22곳 역시 지난해 11월말 기준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는 47조9548억원으로 지난해 6월 27조1558억원에서 20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자본 건전성 지표인 K-ICS 비율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개선했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K-ICS 비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실질적 수혜 대상 보험사는 소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자본건전성 지표인 K-IC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올해도 금리하락과 함께 무·저해지상품 해지율 가정 변경 등으로 자본건전성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 등으로 역대급 호실적을 거뒀다. 주요 생명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4조5천억원에 달했으며, 5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보)의 순이익은 7조 4280억원으로 전년 동기 6조 4110억원 대비 15.9%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상위 5개 손보사의 순이익이 최초로 7조원을 넘어서는 등 5개사 모두 역대 최대 순이익을 경신했다. 

이에 삼성생명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주당 배당금 4500원, 총 배당금 규모도 8081억원으로 이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손보업계에서는 삼성화재가 사상 최대 규모인 8077억원의 결산배당금을 결정했으며, DB손보 4083억원, 코리안리 910억원의 결산배당금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