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상장사] 제이스코홀딩스, 반품 CB 활용…특정인 배불리기 지적②
대주주 변경 후 연례행사 된 '반품 CB' 재매각 CB 재매각 시점 주가 '출렁'…CB 투자자 차익실현
[인사이트녹경=박준형 기자] 제이스코홀딩스에서 높은 이자율과 콜옵션(매도청구권)을 조건으로한 전환사채(CB)가 지속적으로 발행되고 있다.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맡기고 CB를 발행 한 후 콜옵션으로 CB를 상환하고 새로운 CB를 다시 발행하는 식이다. 다만 만기 전 상환한 CB는 최종 단계에서 잘게 쪼개지며 재매각되고 있다.
쪼개져 매각된 CB는 주식전환 청구 시점 다수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으로 이어졌고, 지분공시 의무를 비껴갔다. 제이스코홀딩스는 지난 1월 또 다시 400억원 규모의 4회차 CB를 발행했다. 내년 전환 기간 도래 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만기 전 상환한 '반품 CB'…주식전환 시점 쪼개기 재매각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이스코홀딩스는 지난 11일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3회차 자기 CB 일부(10억원)을 아이디노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제이스코홀딩스가 재매각한 CB는 콜옵션이나 풋옵션(매수청구권) 등을 통해 만기 전 상환한 일명 ‘반품 CB’다. 지난 2023년 400억원 규모로 발행된 3회차 CB는 2차례에 걸쳐 355억원이 만기 전 상환됐다. 제이스코홀딩스는 보유한 자기 CB 중 336억원을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거나 완료했다.
제이스코홀딩스의 전일(12일) 종가는 1794원으로 3회차 CB의 전환가액(1325원) 대비 35.40% 높다. 제이스코홀딩스가 CB를 재매각하면서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다수의 개인과 법인들은 단기간 차익 실현이 가능해졌다. 3회차 CB는 다수의 법인 및 개인에게 쪼개져 매각되고 있다. 현재 CB 인수를 완료했거나 추진 중인 이들은 법인 3곳과 투자조합 5곳 개인 18명으로 줄잡아 26명(곳)에 달한다.
인수를 완료한 이들은 빠르게 주식전환을 통한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3회차 CB에서 주식전환청구권이 행사된 금액은 153억원에 달한다. 주식전환청구 시점과 주가 추이를 비교할 때 이들은 최대 61.51%의 차익 실현도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례행사 된 CB 재매각…익명의 개인들에 수혜 집중
제이스코홀딩스의 반품 CB 활용은 지난 2021년 최대주주가 캐디언스시스템으로 변경된 이후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제이스코홀딩스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1회차 CB 380억원을 발행했다. 해당 CB는 콜옵션이 100%로 설정됐으며, 회사는 CB 380억원 중 총 270억원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했다. 이후 137억원을 소각했지만 나머지는 모두 개인에게 재매각했다.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재매각이 이뤄졌다. 1회차 CB를 인수한 이들은 32명에 달한다.
콜옵션이 이뤄지지 않았던 110억원 역시 주식전환 대신 잘게 쪼개져 외부로 재매각됐다. 1회차 CB는 데카코닉스라는 법인에 발행됐는데, 주식전환 시점 마니토우조합(45억원), 메리츠증권(15억원), 엠엠씨코리아(30억원) 등 3개 법인 및 투자조합과 5명의 개인(20억원)에게 CB를 모두 매각했다. 당시 제이스코홀딩스의 주가가 1회차 CB 전환가액(2449원) 대비 2배 가량 높았던 점을 고려할 경우 CB 인수자들은 최대 2배 이상의 차익실현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CB를 인수한 주체들이 제이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 측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데카코닉스로부터 1회차 CB를 인수했던 엠엠씨코리아는 제이스코홀딩스 사외이사인 김명희 씨가 이사로 재직했던 곳이기도 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즉시 차익실현이 가능한 CB를 주식전환청구 시점 여러 주체로 나눠서 매각했는데, 데카코닉스는 최초 이름만 올렸을 뿐 애초 CB 주인이 따로 있었을 수 있다”면서 “콜옵션이 100%로 설정됐던 만큼 단기간에 차익을 실현한 이들 역시 대주주 측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제이스코홀딩스의 CB 발행에는 석연찮은 부분들이 많다. 제이스코홀딩스가 직접 차입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페이퍼컴퍼니(비히클)를 앞세워 CB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앞서 1회차 CB를 인수한 데카코닉스는 자본금이 3000만원에 불과한 페이퍼컴퍼니로, 당시 CB 납입 대금 전부를 차입했다. 데카코닉스가 받은 대출 380억원의 담보는 제이스코홀딩스가 제공했다.
3회차 CB 400억원은 메리츠증권이 인수했다. 제이스코홀딩스는 3회차 CB 발행을 통해 1회차 CB를 상환했으며, 담보로 잡혀있던 공장 등을 메리츠증권에 재차 담보로 제공했다. 4회차 CB를 인수한 파우스트제일차 역시 400억원 모두 차입했으며, 차입금에 대한 담보는 제이스코홀딩스가 대신 제공했다.
제이스코홀딩스 관계자는 "4회차 CB 발행은 현재 영위하고 있는 해외 원광개발 사업에 대한 자금조달을 위한 조치"라며 "회사가 현재 추진 중인 신규 사업에 300억원이 넘는 자본이 투하되는 사업이다 보니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전환사채를 투자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페이퍼컴퍼니의 경우 자금을 투자한 기관의 요청이었으며, 기관이 직접 유가증권 인수가 어려웠기 때문에 그런 구조를 통해 투자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CB 재매각 시점 주가 출렁…신사업 성과는 아직
자금 조달 이슈가 이어질 때마다 제이스코홀딩스의 주가는 출렁이고 있다.
3회차 CB 발행과 1회차 반품 CB의 재매각이 이뤄지던 지난 2023년 4월 제이스코홀딩스는 필리핀 니켈광산 개발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 3월 2100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4월14일 5450원까지 오르며 2배 이상 급등했다. 3회차 CB 재매각과 4회차 CB 발행이 이어진 올해는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대표 영입 소식과 자금조달 소식 등으로 주가가 올랐다. CB 자금납입 공시 전(1월23일) 1552원에 거래를 마감했던 제이스코홀딩스는 지난 6일 고점 기준 2140원까지 오르며 1달여 만에 37.89% 상승했다.
제이스코홀딩스는 최대주주 변경 후 수차례 신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를 보이진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가상자산·게임 NFT 신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2022년에는 △의료기기 유통 신사업 진출 △축산물 중심 신선식품 유통사업 △2차전지 셀 제품 생산 및 연구 개발 등 보도자료를 통해 여러 신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사업들의 성과는 더딘 상황이며, 모두 미영위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2023년부터 추진 중인 니켈 사업 역시 아직 매출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이스코홀딩스의 매출 100%는 압연 등 철강제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니켈 신사업 관련 <녹색경제신문>의 질의에 제이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니켈 신사업 관련 매출은 올해 2분기에는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투자조합이나 페이퍼컴퍼니 등 주체와 관계없이 모든 종목의 거래건에 대해 조사를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큰 규모의 거래가 있은 후 주가가 급등하고 CB 전환을 통해 누군가 이익을 봤다고 한다면 불공정거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래소에서 1차적 감시를 하는데, 주가 상승이 인위적이거나 호재성 공시 등에 따른 상승이고 이후 장내에서 대량매도가 나오며 차익이 발생했다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사모 CB·BW를 통한 불공정거래에 대한 엄정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사모 CB·BW를 통한 허위 자금조달 및 허위 사업계획 등 불공정거래 세력을 적발·조치했다”면서 “주력사업과 무관한 업종으로의 신사업 진출 발표, 유행하는 테마사업 발표와 함께 이루어지는 자금조달 공시 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