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기본자본 킥스 도입... 보험업계 "건전성 강화라지만 자본조달 더 부담"
금융당국, 12일 킥스 비율 낮췄지만 보완자본 인정 않는 기본자본 킥스 새로 도입 보험업계 "모든 보험사가 건전성 개선이 우선 목표, 후순위채 발행 불가피"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업권에 보완자본을 인정하지 않는 기본자본 킥스를 새로 도입해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보다 자본조달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는 기본자본 관리를 강화하면 자본확충에 대한 보험사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6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KB손보 측에서는 "유의미한 발행이고 건전성 개선이 우선"이라고 일축했다.
금융당국, 보험사 건전성 기준 ‘사실상 강화’
13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보험사 재무 건전성을 보여줬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비율은 최대 20%포인트 낮추는 내용이다.
킥스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요구 자본 대비 가용 자본이 얼마인지로 나타내는데, 법상 100%를 맞춰야 하지만 당국은 150%를 권고해왔다. 실제로 150%를 못 맞추는 경우 이는 자회사 소유 인허가나 후순위채 조기 상환 등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금리 인하기에 돌입했지만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과 킥스 비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보충하고 킥스 비율을 방어했지만 이자와 비용이 과도하게 들어 보험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보험사들의 자본증권 발행액은 8조7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272%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킥스 비율 권고치를 낮추는 방법으로 대응했다. 해약 환급금 준비금 적립 완화 기준도 올해 기준 킥스 비율 190%에서 170%수준으로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킥스 비율과 연계된 보험업 허가나 채무보증, 자회사소유, 해약 환급금 준비금 적립 비율 요건 등도 조정될 예정이다.
다만 당국은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새로운 핵심 지표로 관리한다고 발표했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기존에는 경영실태 하위 항목으로만 활용됐지만, 앞으로는 의무 준수 기준으로 격상해 즉시 시정하게 한다는 방안이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보완자본은 인정하지 않고, 핵심 자본인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 포괄 손익만을 인정한다. 금융위는 “은행권이나 유럽, 캐나다 등 보험부채 시가평가 기반 지급여력제도를 운영하는 해외 주요국은 일반자본비율과 기본자본지율을 모두 직접 규제비율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2023년 3월 말 145.1%에서 지난해 9월 말 132.6%로 하락하는 등 자본의 질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아직 기본자본 킥스 비율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에 따르면 킥스 비율 완화와 기본자본 킥스 비율 이 두 가지 제도를 상반기 내에 확정하고 연말 결산부터 적용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방금 후순위채 발행했는데... “유의미한 발행, 건전성 개선이 먼저”
최근 보험업계들의 킥스 비율 하락은 금융당국의 규제강화, 늘어난 자동차보험 손해율, 금리 인하 등이 원인이라는 평가다. 보험연구소는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경우 킥스비율은 25~30%포인트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하반기에 제도 개선 취지를 발표한 건 맞지만 아직 규정이 확정된 건 아니다”며 “다른 회사들도 기존 규정대로 해서 자기자본 비율 개선을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향후 방향성이 발표됐으니 이후 추가적 변동이 있겠지만 현재 규정 기준 지금은 유의미한 발행이다”라고 설명했다.
후순위채는 변제 순위가 낮은 대신 일반채권보다 금리가 높아 보험사의 이자 부담이 높은 편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행은 킥스 비율 개선을 통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후순위채 이자가 높아 상대적으로 기업에 대한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킥스 비율 개선을 위해 대부분 보험업계에서 발행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후순위채로 모은 자본으로 채권과 대체자산에 대한 투자를 잘 배분해 우리 회사의 운영전략에 맞게끔 잘 투자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