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연체율 급등…기업·가계 대출 부담 가중
기업대출 연체율 0.61%… 중소기업·법인 부담 증가 금융당국, 충당금 적립 확대 및 채무조정 활성화 추진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올해 1월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금융시장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기업과 가계의 대출 연체율이 모두 상승하면서, 경기 둔화와 고금리 영향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연체 증가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을 강화하는 한편, 취약차주 지원책도 병행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이 28일 발표한 ‘2025년 1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53%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말(0.44%) 대비 0.09%포인트(p) 상승한 수치로, 지난해 8월(0.53%)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체율 상승의 주요 원인은 연말 연체율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신규 연체 증가가 꼽힌다. 올해 1월 한 달 동안 신규 발생한 연체액은 3조2000억원으로, 전월(2조5000억원)보다 7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1조원에 그쳐, 전월(4조3000억원) 대비 3조3000억원 줄었다. 신규 연체는 증가하는데 기존 연체채권 정리는 둔화되면서 전체 연체율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대출 연체율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1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월(0.50%)보다 0.11%포인트 올랐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0.77%로 집계되며 전월(0.62%)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중소법인의 연체율도 0.82%로, 전월보다 0.18%포인트 올랐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와 금리 부담이 중소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자금 유동성이 크지 않아 매출 감소와 금융비용 증가가 맞물릴 경우 연체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며 “정부의 지원책이 없다면 향후 연체율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상승세를 보였다. 1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43%로, 전월(0.38%)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9%로 전월 대비 상승했고, 신용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연체율은 0.84%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대출을 포함한 비주택담보 대출의 연체율이 높은 것은,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의 상환 능력이 저하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지만, 신용대출이나 카드론, 저축은행 대출 등은 금리가 높아 연체 부담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연체율 상승이 금융시장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도록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사업자 등 취약차주의 채무 부담 완화를 위해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연체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금융권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보며 은행들이 연체 증가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도 주목되고 있다. 연체율이 계속 오를 경우 금융권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이는 금융사들의 대출 심사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대출 심사가 강화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은 금융권의 대출 태도에도 영향을 미쳐,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며 “올해 상반기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전략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권의 연체율이 향후 어떤 흐름을 보일지, 그리고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이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가 올해 금융시장 안정성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