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일감몰아주기 과징금 취소 판결, 입법 취지 오해 때문"
-박용진 의원, 공정거래법 조항 신설 회의 심사자료 공개
한진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에 대해 내린 재판부의 취소 판결이 입법 취지에 대한 오해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진그룹 총수일가 사익편취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서울고법이 사실관계를 다소 오해했을 소지가 있다"며 지난 19대 국회 정무위 행정실에서 작성한 법안심사소위 심사자료를 공개했다.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막기 위한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조항인 공정거래법 제23조의2가 적용된 첫 번째 위법 사례인 한진 사건에서 재판부는 "국회가 해당 조항을 신설하면서 원래 없었던 '경제력 집중의 유지 강화'라는 부당성 요건을 추가했으므로, 공정위가 해당 사실을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위법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이는 공정거래법 일부 조항을 신설하며 회의자료에 썼던 용어 일부가 최종안에 약간 바뀌었는데 이를 본래 취지와 달리 해석했다"며 "판결 내용과 19대 국회 때 공정거래법 제23조2 입법과정을 대조해 보면 몇 가지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근거로 제기된 심사자료를 보면, 공정거래법 제23조2 개정 과정에서 공정위와 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실이 협의하여 마련한 통합 대안에 법원이 인용한 "정당한 이유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제상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가 나온다. 이후 심의 과정에서 이 표현은 '정당한 이유없이'라는 법문 표현이 당사자인 기업이 거래의 정당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입증책임은 여전히 공정위에 있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동 표현을 '부당하게'로 자구수정 하는 방안을 공정위가 제시한 것으로 나타난다.
즉 해당 법안의 입법 취지는 법원이 판단한 '부당성의 요건 신설'이 아니라 '당해 사안에 대한 입증 책임을 공정위가 부담한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제상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라는 문언은 어떤 의원 입법안에도 등장한 적이 없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가 언급한 문언은 2013년 4월 정무위 제4차 법안심사소위 때 작성한 회의자료에 등장하는데, 이미 부당성 요건으로 확립된 '경제력 집중의 유지 및 강화'에 이미 반영 및 내포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심사자료에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규제하기 위한 부당성 요건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정당한 이유없이 특수관계인에게 직간접적으로 경제상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 자체가 부당성 요건의 구체적 내용으로 국회 정무위 전문위원실과 공정위가 합의했다고 명시됐다.
박 의원은 "결론적으로 한진그룹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은 입법과정의 경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아서 비롯된 판단일 수 있다"며 "사법부 판결에 대한 언급은 대단히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해당 건의 경우 국회 입법에 대한 사실관계가 포함돼 향후 법원이 정확한 사실에 입각해 심리할 수 있도록 자료를 공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이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조양호 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과징금 1억30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당시 싸이버스카이는 기내 면세품을 판매하며 2015년 11월까지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등 조 회장의 3남내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콜센터, 시스템 업무를 수행하는 유니컨버스 또한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