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나선 국내 OTT 업계, 콘텐츠 경쟁력은 '의문'
-부족한 예산, 모바일 편중된 시청환경, 통신사 가입자 유인책 불과 등 원인으로 지목
국내 이통사들의 OTT 서비스가 자체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속속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족한 예산과 국내 시청 환경의 영향으로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 어렵고, 매출 기여도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는 자체제작 콘텐츠로 드라마와 예능 장르를 선보였다. 옥수수는 '1%의 어떤 것', '애타는 로맨스', '뇌맘대로 로맨스 LR'등의 드라마와 예능 '사서고생'을 제작해 OTT 플랫폼으로 선보였다. KT의 '올레 tv'는 오리지널 웹드라마 '29 그램'을 지난 17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KT는 CJ E&M 다이아티비와 함께 연말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2편을 추가 제작해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성공으로 국내 OTT 시장에도 오리지널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추가과금 없는 정액제 구독, 시리즈 전편 일괄공개, 자체제작 콘텐츠 등의 전략으로 글로벌 1위 OTT 업체로 도약했다. 이 과정에서 잘 짜여진 기획과 예산이 뒷받침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국내 OTT 서비스 업체들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으나, 매출 기여도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의 관계자는 "자체 제작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넷플릭스처럼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일단 한 번 시도해 보는 정도고 오리지널 콘텐츠가 고객을 끌어오거나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처럼 대형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유명 감독 및 작가 섭외와 인지도 있는 배우의 캐스팅 등이 필요하지만 그러기에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모바일에 편중된 국내 OTT 시장도 투자를 늘리는 결정을 하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시청자가 제한적인 시장에서 무리한 투자를 진행하기가 어려워서다. 해외의 경우 넷플릭스나 애플TV 등 OTT 플랫폼을 거실 TV로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TV 시청 환경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이동통신사가 주요 OTT 사업자인 것도 시장 확장이 어려운 부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의 OTT 서비스를 휴대폰 가입자 확보를 위한 유인책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고가 요금제 사용자를 대상으로 무료 이용권을 주는 등 컨텐츠 자체를 소비하는 유료 시청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시청자들이 미디어 컨텐츠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익숙치 않은 탓도 일정부분 작용한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진출 1년 9개월 가량 된 넷플릭스의 초반 가입자 증가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올해 7월 기준 35만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8월 6만명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6배 가까이 증가했다.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 증가 요인으로 넷플릭스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옥자'가 지목된다.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전액 지원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공개된 6월 이후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컨텐츠 파워가 가입자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그간 지상파 재전송과 종편 및 케이블TV VOD 제공 위주였던 국내 OTT 시장에도 오리지널 컨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