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길들이기' 나서는 김상조 공정위원장...5대그룹 간담회서 상생·지배구조 강조
-이상훈 삼성 사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박정호 SKT 하장, 하현회 LG 하장, 황각규 롯데 사장 참석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5대그룹 CEO들을 만나 지배구조 개선과 상생협력에 대한 노력을 다시 한 번 당부하며 '재벌 길들이기'에 나섰다.
2일 김 위원장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전문경영인들과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날 간담회에는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주목되는 부분인 전날(1일)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던 삼성측의 이상훈 사장 참석과 지난 6얼 4대 그룹 간담회에는 빠졌지만 최근 지주사 전환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롯데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이상훈 사장의 참석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중인 상황에서 이사회 의장에 추대되고 중요 간담회에 대표로 참석하는 등 차세대 삼성 리더십의 중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로의 개편에 핵심 인물이라는 분석이다.
롯데는 최근 핵심 계열사의 투자사-사업회사 분할 및 합병으로 지주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도 롯데는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김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언급했음에도 아직까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김 위원장 취임 직후 "현재 순환출자가 총수 일가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곳은 현대차그룹 하나 뿐"이라고 말했고, 지난 8월에는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 순환출자 구조에 해소에 대해 현대차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경우에는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구도와 얽혀 쉽게 해법이 도출되지 않는 상황으로 관측된다.
이 날 간담회는 예고시한인 12월을 앞두고 중간 점검의 성격을 갖는다.
이 날 간담회를 통해 김 위원장은 신설조직인 기업집단국의 역할과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공정위 윤리준칙 준수 협조,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실천, 하도급거래 공정화, 노사정 관계에서의 적극적인 역할 등에 대해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5대 그룹의 선도적인 상생협력 노력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면서도 "다만 국민께 약속한 공약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국정과제의 목표에 비추어 볼 때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의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다"며 분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5대 그룹 CEO 들에게 네 가지를 당부했다.
공정위 로비스트 규정(윤리준칙) 취지를 잘 전달하고 철저히 준수,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스스로 갖추고 실행(사외이사 선임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기관투자자들과 대화하는 적극적 자세 갖춰 줄 것), 하도급 거래 공정화 위한 구체적 노력, 노사정 관계에서 5대 그룹이 적극적 역할을 해 줄 것 등이다.
지난 9월 김 위원장은 삼성, 현대차, LG, SK 등 범4대 그룹에 대해 "오는 12월까지 긍정적 변화의 모습이나 개혁 의지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 '구조적 처방'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2005년 폐지됐던 공정위의 대기업 조사 전담반인 '기업집단국'을 12년만에 60명 규모로 부활시키며, 기업집단국을 통해 재벌 그룹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