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는 순하게, 경쟁은 독하게...도수 내리는 진짜 이유?

시대변화 따른 자구책...원가절감 통한 이익창출이란 지적도

2018-04-26     이종화 기자

소주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저도소주를 출시하면서 소주는 점점 순해지는 반면에 소주기업간 경쟁은 점점 독해지고 있다. 게다가 본격적인 야외나들이 성수기시즌 돌입과 함께 월드컵이란 글로벌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치열한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2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은 최근 '부드러운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17.5도에서 17도로 낮춰 출고했다. 또 ‘진한 처음처럼’은 21도에서 20도로, ‘순한 처음처럼’은 16.8도에서 16.5도로 각각 1도, 0.3도 내린다.

앞선 지난 16일에는 하이트진로도 기존 17.8도인 ‘참이슬 후레쉬’의 알코올 도수를 17.2도로 내렸다. 지난 2015년에 이미 하이트진로는‘참이슬 16.9’를  출시하며 경남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거두며 상당한 재미를 봤다. 무학 역시 도수를 15.9도로 낮춘‘좋은데이1929’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소주시장의 마켓쉐어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50%정도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롯데의 처음처럼이 20%내외로 2위권을 형성한데 이어 그뒤를 무학과 지방소주들이 추격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업체들의 낮은 도수 소주출시 열풍은 빠르게 변화하는 젊은 소비자의 주류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과 여성고객들은 과음보다는 술자리 자체를 즐기려는 트렌드가 강해, 독주보다는 맛과 향을 즐기려는 경향이 강하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혼술, 소확행, 워라밸 등의 사회트렌드와 함께 폭음은 지양하면서 좋은 술, 부담없는 술자리문화 확산에 따른 자연스런 사업방향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소주 도수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려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1930년 부산에 대선양조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소주가 양산체제를 맞았다. 이후 1960년대까지 시중에 팔리던 소주의 도수는 40도였다. 그러다 1965년 삼학에서 30도의 소주를 출시했다. 이후 1973년에 알코올 도수가 25도로 낮춰지고, 1980년대부터 23도로 낮아졌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22도, 2004년 21도, 2006년 19.8도까지 내려오며 20도 라인도 깨졌다. 독주의 대명사인 40도 소주가 20도의 벽을 깨더니 어느새 15도까지 내려온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저도수 열풍을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하이트진로에 대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소주 도수 인하와 맥주 신제품 출시에 따른 효과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장기적 투자 관점으로 바라볼 것을 조언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하이트진로의 1분기 연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 증가한 4177억 원, 영업이익은 214억 원으로 흑자전환이 전망된다”면서 “이 기간 맥주와 소주 매출액이 각각 2.6%, 0.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홍 연구원은 "지난 2년간 정체를 이어온 소주 시장이 성장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도수 인하에 따른 판매량 증가 효과는 3~4% 내외로 추정되며 원가율 역시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월드컵을 앞둔 5월부터는 저도수 효과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분기 이후 실적 모멘텀은 매우 강하다”면서 “맥주 성수기 진입, 월드컵같은 글로벌 이벤트, 소주 도수 인하 등으로 12개월 선행 영업이익은 19.5% 증가가 예상되며 4%에 달하는 예상 배당수익률을 근거로 저점 매수 관점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저도수 출시가 수익창출위한 편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객트렌드에 맞춰 알코올 도수를 낮게 조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원재료 절감효과가 숨겨져 있다는 주장이다. 즉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 소주의 원재료인 주정을 덜 쓰게 된다.

업계에서는 소주의 도수가 1도 내려가면 주정을 덜 넣게 되니까 10원정도 원재료 절감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를 근거로 하면 한 병당 10원 내외의 제조비가 절감돼 결국 그 비용만큼 수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주업체들은 평균 매출의 20% 정도를 주정 구입에 쓰고 있는데 이번에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서 하이트진로는 연간 약 100억원, 롯데주류도 약 20억원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주류업체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류업체 관계자는 "오히려 새로운 상품출시에 따른 패키징 및 홍보마케팅 비용이 훨씬 더 들어간다"며 "원가절감의 의미는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주류업체 관계자는 "도수가 내려가면서 주정을 덜 넣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원가절감, 수익성 개선을 말할 정도의 수준은 전혀 아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