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승계의 '키' 판토스, 브랜드 수수료 '논란'
0.2% 상당 브랜드 수수료 안 내...비용 줄이고 합병 통한 실적 개선 지적
LG그룹 승계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LG상사의 자회사 판토스가 지주회사인 (주)LG에 브랜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 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재벌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공정경쟁을 통한 '정도경영'을 기치로 내걸었던 LG그룹이지만, 미래를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해 왔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LG그룹의 관계자는 이와관련 "70여개 계열사 중 LG 브랜드를 사용하는 곳은 10여곳이고, 판토스는 나머지 50여개 회사 중 하나"라며 "판토스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판토스에 재계의 눈길이 쏠리는 것은 선진적 지배구조 문화를 이끌어 온 LG그룹 후계자 구광모 상무가 개인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28일 재계 및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계열사 중 LG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는 판토스는 0.2% 수준인 LG그룹의 브랜드 수수료를 지주회사에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3조6000억원 대의 매출을 올린 판토스에 0.2%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약 72억원의 브랜드 수수료를 (주)LG에 지급해야 한다. 큰 금액은 아닐 수 있지만 작년 판토스의 영업이익이 758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10% 수준이다.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438억원 이다.
판토스는 지난 2015년 LG상사 자회사로 편입될 때부터 구 상무로의 승계에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구(舊) 범한판토스는 기존에도 방계 비상장 계열사로 주목받아 왔고, LG상사로 편입되며 구광모 상무가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어 승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몸집을 키운 후 상장을 하면서 자금을 마련하거나, (주)LG와의 합병을 통해 구 상무의 지분을 자연스레 올리는 방식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물류업계의 관계자는 "구(舊) 범한판토스가 LG상사로 편입될 때 LG판토스로 사명이 바뀔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LG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이에 핵심 계열사들이 지급하는 브랜드 수수료도 지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LG그룹으로 편입된 후에도 판토스는 '일감 몰아주기'와 외형 확대 이슈가 있는 LG그룹 유일의 계열사였다. 판토스의 전체 매출 중 LG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가 60%에 육박하고 LG전자 등에 납품하는 1, 2차 밴더(협력사) 물량까지 감안하면 LG 그룹 및 협력사와의 거래가 80%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판토스는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19.9%로 단 0.1% 차이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LG상사가 지분의 51%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구 상무가 7.5%, 구본무 회장의 두 딸인 구연경, 구연수 씨가 각각 4%와 3.5%, 구본준 부회장의 장남 구형모 선임이 2.5%, 구연제 씨가 2.4% 등을 갖고 있다.
이같은 지분율은 비상장 회사의 경우 20%(상장회사 30%) 이상의 지분을 특수관계인이 보유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토스의 외형 성장에는 하이로지틱스 흡수 합병도 한 몫 했다. 주로 LG 베스트숍 물류를 담당하던 하이로지틱스를 판토스가 흡수합병하며 몸집을 키운 것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 그룹으로 편입된 후 판토스의 내부거래액은 2015년 6622억4000만원 수준에서 2016년 8466억4500만원 수준으로 1년 새 22% 늘었다.
매출 기준으로는 2016년 2조 9977억원에서 지난해 3조 6160억원으로 1년 만에 20% 이상 뛰었다.
하이로지틱스의 합병 후 내부거래가 증가한 것과 함께 LG화학, LG생활건강, LG상사 등과의 거래액도 각각 183%, 320%, 606% 늘었다.
LG그룹의 관계자는 "하이로지틱스 합병으로 성장이 있었고, 지난해 LG전자가 사상 최초로 매출 60조원을 달성하는 등 LG 계열사들의 성장이 판토스 실적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LG그룹은 구광모 상무가 고(故)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고 최대주주가 되면 승계가 완료되는 비교적 단순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만 고 구 회장의 지분 11.28%를 온전히 상속받을 경우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속세가 부담이다.
재계에서는 구 상무가 법정상속분인 2.51%만을 상속받아도 최대주주로 등극할 수 있고, 이 경우 판토스의 지분 정리만으로도 약 15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세금을 납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지주회사 62개에 대한 브랜드 수수료 등 수익구조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공정위가 공개한 브랜드 수수료 내역 공개에 따르면 LG그룹은 연간 브랜드 수수료 수익이 2458억원(2016년 기준)으로 국내 지주회사 중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