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소득주도성장' 드라이브에 제동거는 국민연금
공매도 판키워 개인들의 적 별칭, 저소득층에 불공평한 부과체계도 도마위
문정부의 사회정책 강화를 통한 소득주도 성장론이 시작부터 삐걱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포용국가전략회의를 통해 '국민의 삶을 바꾸는 포용과 혁신의 사회정책 비전·전략'을 발표했다.
정부가 소득격차와 고용쇼크 등으로 위기를 맞은 '소득주도성장'에 '사회정책 강화'라는 새로운 엔진을 달아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안을 추진한 자리였다.
즉, 기초연금 강화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소득격차를 완화하고 노동시장 불평등 완화, 일자리 창출, 고용안전망 등으로 경제패러다임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회의는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 비전과 전략을 체계화하고, 향후 사회정책 방향을 공식화하는 역대 정부 최초의 사회분야 전략회의였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사회정책 강화'의 중추기능을 담당하고 그로인해 '소득격차 완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핵심은 연금이 고갈되지 않으면서 운용수익률을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이같은 정책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연금의 재정상태를 보았을때 당장 고갈이 걱정될 정도라 연금을 더 줄수 있을지, 또 소득주도 성장을 과연 견인할 수 있을지 회의적 반응이 크다.
앞서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 기금은 당초예상보다 3년가량 빨라져 2057년 고갈될 것이라며 고육지책으로 더내고 덜받아야 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과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낸 바 있다.
일상에서 때되면 받게될 것이란 믿음으로 별일없이 보험료를 잘 내고 있던 직장인들은 연금으로 부터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연금이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면 운용수익률이 높아야 하고, 들고 있는 주식이나 채권평가이익이 크게 오르던지 투자지분 평가이익이나 부동산 대체투자 등에서 성과를 내야한다.
그러나, 국내외 금리는 저금리기조가 상당기간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 채권평가나 예금등에서 큰 수익을 거두긴 힘들다.
주식과 지분투자, 부동산 투자는 위험자산이라 큰 돈을 벌기도 하지만 큰 손실을 떠안기도 한다. 또한, 국민연금 같은 초대형기금의 운용수익률은 작은 기금들과 달리 수익률이 갑자기 크게 오르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주식 평가이익은 연금의 입장에서도 큰 성과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 7일 국회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건수는 1만6천421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주식대여 금액은 약 974조2천830억원이었고 이를통해 4년 6개월 동안 총 766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떨어지면 사서 되갚는 것을 말한다. 시장 유동성을 높이고 투자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허용된 제도지만, 외국인 투자자 등의 대규모 공매도로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는 경우가 많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국민연금 주식대여 금지 청원에 수만명이 참여해 국민연금의 시장 교란과 도덕적 해이를 성토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공매도로 주가가 떨어지면 국민연금이 기존에 보유한 주식 가치도 하락하면서 국민 노후자금이 위협받게 된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연금 가입자에까지 손실이 전가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지적을 받고 "주식 종목당 대여 한도를 축소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은 대여한 주식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제대로 모니터링하지도 않아 수탁처를 통한 무제한 주식대여로 주식거래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커질 위험도 있다
이태규 의원은 "국민연금은 지난 5년간 1천조원에 가까운 주식대여를 통해 주식시장의 안정성을 해치고 투기세력의 개입 가능성이 큰 공매도의 판을 키워왔다"며 "국민의 기금이 공매도에 매몰되지 않도록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를 금지하는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국민연금 임의가입자의 최저보험료를 낮추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최저보험료를 인상해, 저소득층을 배신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높은 보험료 때문에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싶어도 저소득층은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임의가입자 배우자의 소득수준별 임의가입현황’을 분석했다.
정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 높은 보험료 때문에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던 저소득층을 위해 국민연금 임의가입자의 최저보험료를 월 8만9100원에서 월 4만7340원으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로 뜨거웠던 11월말 조용히 무산시킨데 이어 대선 정국으로 혼란스러웠던 올해 4월부터 오히려 최저보험료를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2018년 기준 임의가입자 최저보험료는 1인당기준 8만9550원이다. 그날그날 먹고살기 힘든 저소득층이 월 9만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을 다달이 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 의원은 “공평하게 다른 가입자들과 최저보험료의 기준을 동일하게 낮춰야 한다. 소득이 있는 사업장과 지역가입자들은 2만원도 납부하게 하면서 왜 소득없는 임의가입자들한테는 9만원이나 납부하라고 하는가”라며 “국민연금의 이런 불공평한 부과체계도 고쳐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