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백혈병 분쟁 11년 만에 종결 '전원 보상'..."이재용 부회장의 '신뢰회복' 의지 대표적 사례"
반도체 백혈병 조정위원회 중재안에 삼성전자 무조건 수용
삼성전자의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피해자 전원 보상'으로 합의, 사실상 마무리됐다. 2007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근무하던 황유미 씨가 2007년 3월 백혈병으로 사망한 지 11년 만이다.
특히 이번 중재안을 수용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삼성전자의 신뢰 회복에 역점을 두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정면 돌파에 나선 것.
과거 수동적인 자세에서 '무조건 수용'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해묵은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는 삼성전자 경기도 기흥사업장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서 1984년 이후 1년 이상 근무 중 질병을 얻은 피해자 전원을 보상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7월에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보상 대상은 1984년 5월 17일 이후 반도체와 LCD 라인에서 1년 이상 근무한 전·현직 직원(퇴직자 포함)으로 사내협력업체 직원 전원까지 포함된다. 보상 기간은 2028년 10월 31일까지로 이후에는 10년 뒤 다시 정한다.
백혈병은 최대 1억5천만 원, 사산과 유산은 각각 1회당 300만 원과 100만 원으로 지원 보상금이 정해졌다. 조정위원회는 이날 내에 보상 방안에 대해 세부 조율을 거쳐 최종 보상 방안을 밝힐 계획이다.
한편, 이번 극적인 타결은 삼성그룹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이후 신뢰 회복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 주주친화 정책, 사회적 역할 확대, 노조에 대한 전향적 변화, 미래 성장사업 추진 등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8월 초 총 180조원 규모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한 이후 잇따라 구체적인 실행을 내놓는 중이고,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은 또 미래전략실 해체라는 초강수를 둔 데 이어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처분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움직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부회장 개인으로 보면 지난 2월 경영복귀를 한 이후 거의 매달 해외로 떠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직접 발로 뛰는 현장경영을 보여주는 중이고, 'AI, 5G, 바이오, 반도체 중심 전장부품'을 새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해외 사업장에 대한 지속적 방문을 통한 글로벌 리더십 강화는 물론 지난달에는 남북 정상회담 방북단에 참여하는 등 그룹 총수 역할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