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수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소극적 행보를 지속하는 가운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60년대 연애처럼 서면이 아니라 만나서 얘기하자"고 협상을 촉구했다.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단 브리핑에서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이른바 '플랜B'에 대한 질문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하는 상황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측은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해,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 상황에 대한 일반론적인 설명"이라고 밝혔다.
한편 HDC현산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상황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부채가 무려 4조5000억 증가 ▲삼일회계법인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적정 의견 표명 ▲4월 채권단의 1조7000억원 지원 관련, 현산측의 동의 없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차입승인 ▲재무상태·전망, 추가차입 근거·조건, 영구채 조건 등을 포함하는 인수상황 및 조건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공식적 자료를 제공받지 못함 등과 관련한 내용이다.
산업은행은 이와 같은 HDC현산의 요청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다.
우선,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리스부채 및 정비충당부채 관련 회계기준 변경이 주된 원인이며, 금액은 다소 과대하게 산정됐다고 밝혔다.
2019년 6월말 대비 2019년말 부채가 2조8000억원 증가했으나, 현금흐름과는 무관한 장부상 부채증가와 업황부진에 따른 차입금 증가 4000억원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
특히 장부상 부채증가와 관련해, 기준의 해석·추정 등 변경에 따른 리스부채 1조4000억원, 정비충당부채 6000억원, 마일리지부채 1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HDC현산이 채권단 지원(한도승인) 1조7000억원을 전액 부채증가로 산정했으나, 이 지원금액은 한도성 여신으로 5월말 현재 지원액은 5000억원이며 타 부채상환에도 사용돼 차입금이 순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은 단지 아시아나항공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일관계 악화, 미중 무역분쟁, 환율,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항공업계 전반에 미친 영업부진과 결산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산업은행의 설명이다.
외부감사인 삼일회계법인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부적정의견에 대해서도 재무제표 신뢰성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은 적정으로 신뢰성에 문제 없다는 것.
채권단의 1조7000억원 지원과 관련해서도, 아시아나항공에서 사전에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지원은 채권단의 필수조치임에도 HDC현산측이 부동의해 동의 없이 진행하게 됐다는 거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현산측은 인수확정에 대한 의사표명은 하지 않으면서도 부채증가 우려, 자료부족 및 채권단 영구채의 주식전환시 현산측의 경영권 지분의 변동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 등의 사유로 부동의"라고 밝혔다.
신뢰할 수 있는 공식적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인수자의 주장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야기가 엇갈렸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이 현산측 요청사항에 대해 수 차례의 공문 및 관련 자료를 통해 답변했고,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상주하고 있는 인수단에 수시로 정보제공해왔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들 돌아볼 때 이 회장의 표현은 적합해 보인다.
이동걸 회장은 "다소 소강 상태에 있지만 유효기간이 남아 있어 속단하지 말아달라"며 "재질의 공문을 HDC현산에 보냈으니 답이 오면 알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