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진의 뉴욕 이슈] 美 ‘디지털 화폐’ 발행 속도 낸다…‘디지털 금융 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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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진의 뉴욕 이슈] 美 ‘디지털 화폐’ 발행 속도 낸다…‘디지털 금융 시대’ 열리나
  • 노우진 기자
  • 승인 2021.05.21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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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위안화’에 ‘디지털 달러’…CBDC 발행 박차 가하는 각국 정부
- 앞다퉈 디지털 화폐 준비하는 배경은?…“세계는 디지털 금융의 시대로 나아간다”

중국이 디지털 화폐 발행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중앙은행 주도의 디지털 화폐(CBDC) 발행을 시사했다. 그동안 연준이 CBDC 발행에 대한 언급조차 신중했던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중국과 미국 외에도 일본, 유럽연합 등 다양한 국가가 CBDC 발행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CBDC 발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CBDC 발행에 나선 것은 현재의 민간 가상화폐가 실질적인 통화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 가상화폐는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아 경제 혼란을 가중시킨다.

또한 CBDC 발행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금융의 주도권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CBDC’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Unsplash]
[사진=Unsplash]

중국에 이어 미국도 ‘디지털 화폐’ 발행 수순 밟아


미국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에 대해 입을 열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예정된 국제결제은행(BIS) 콘퍼런스를 위해 사전 녹화를 한 비디오 영상에서 디지털 화폐의 잠재적 편익과 위험에 관한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는 (디지털 화폐 발행에 대한) 숙고가 시작될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준은 디지털 화폐 발행을 확정 지은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에 대해 대중들의 의견을 구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파월 의장은 이어 “CBDC의 설계는 중요한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성, 소비자 보호와 법률 및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포함한 신중한 사고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을 고려하고 있는 CBDC는 기존의 민간 가상화폐와 달리 액면가가 정해져 있으며 법정화폐로 효력을 발휘한다. CBDC 발행은 가상화폐 광풍에 대응해 자국 통화를 보호하고 글로벌 무역에서 기축 통화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에 앞서 중국도 디지털 통화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가상화폐 집중단속을 예고하며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민간 가상화폐를 체제 도전 요인으로 간주하며 자국 내 가상화폐 발행과 거래를 금지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채굴까지 금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비트코인의 8.07%가 채굴된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에서는 이미 채굴 금지의 칼을 빼들었다. 네이멍구자치구는 지난 18일부터 가상화폐 채굴장 신고망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은 추후 정부가 발행할 디지털 위안화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취지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일본을 비롯한 국가들은 이미 CBDC 발행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CBDC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은 이달 말 CBDC 모의실험 참가 주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공고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통화 발행하는 이유는?…“가상화폐, 통화 역할 하지 못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그 호칭에도 불구하고 통화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은 꾸준히 지적돼왔다. 가치 변동성이 높고 실질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가치 변동성이 높다는 것은 통화 기능을 할 수 없음을 뜻한다. 파월 의장은 “가상화폐, 스테이블 코인, 그리고 이에 관련된 다양한 혁신이 이용자들은 물론 금융 시스템 전반에 잠재적 리스크를 가져온다”며 “가상화폐의 변동성은 그들이 스스로 하나의 결제 수단이 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가상화폐 급락장세 역시 가상화폐의 리스크를 증명했다. 가상화폐의 대장주라고 불리는 비트코인은 하루만에 30% 이상 급락했으며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고점 대비 50% 이상 떨어졌다.

가치 변동성이 높은 것은 가상화폐의 실질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가상화폐 시장이 돌아가는 것은 집단심리 때문”이라며 “가상화폐가 의미를 갖는 것은 투자자들이 그것에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인데 한번 이런 믿음이 무너지면 가상화폐 시장은 순식간에 몰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상화폐에는 펀더멘털이 없어 기존의 금융 체계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며 “가상화폐는 통화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폐가 아니며 단순 투기 수단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가상화폐가 금융투자 상품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자체가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국의 정부가 너 나 할 것 없이 디지털 화폐 발행에 뛰어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다수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한다.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불리며 거래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대조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위조나 변조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인호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디지털 금융이 4차 산업의 핵심 엔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고 있으며 멀지 않은 미래에는 디지털 통화로 모든 경제 시스템이 돌아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각국 중앙은행은 디지털 금융 질서를 확립하고 경제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앞다퉈 디지털 화폐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노우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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