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배터리, 리튬배터리보다 밀도 낮아...저속 전기차에 탑재
-K-배터리, 니켈 비중 높이고 코발트 비중 낮춰 가격 경쟁력 높인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가격 및 성능 경쟁력'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닝더스자이(CATL)는 자체 개발한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CATL, 가격 저렴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 출시 선언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리튬 기반 배터리와 달리 저렴한 나트륨이 핵심소재로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나트륨 가격은 kg당 360원 정도다. 리튬의 kg당 가격은 2만8000원 수준으로, 나트륨의 77배에 달한다.
게다가 상온에서 15분만에 배터리 80% 충전이 가능하다. 영하 20도에서 에너지 밀도가 90% 이상 유지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에너지 밀도는 kg당 160와트시(Wh) 수준으로 리튬이온 배터리(500Wh/kg)의 3분의 1 정도다. 에너지 밀도가 낮으면 주행 거리가 짧을 수밖에 없다. 중국 우휘 이웨이경제연구원 CEO는 CATL의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저속 전기차나 전기 오토바이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에 대해 "에너지 밀도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와 너무 크게 차이가 나며 충전 시간 단축, 저온 특성 등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도 구현되고 있다"며 "나트륨 이온 배터리 출시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밀도가 낮다는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발표했다는 것은 CATL가 '저렴한 배터리 양산'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전략을 여실히 보여준다. 성능에서 부족한 부분은 점차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CATL은 에너지 밀도 단점은 제조 공정을 통해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 배터리 원가 절감에 집중...저렴한 배터리로 시장 경쟁력 확보
CATL이 저가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중 하나는 테슬라의 행보와 깊은 관련이 있다.
CATL의 고객사중 하나인 테슬라는 중국향 모델3와 모델Y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LFP 배터리 비중을 6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원가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행보는 여타 완성차 업체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CATL은 탄탄한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저렴한 배터리까지 내세우면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격변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를 뺏기지 않기 위해 더욱 저렴한 배터리를 개발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전체 배터리의 3분의 2가 철 기반, 3분의 1이 니켈 기반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에 철이 풍부하므로 이는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탑재 비중을 리튬이온 제품보다 높이겠다는 뜻이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 영향력은 제한적...고성능 차에는 여전히 리튬이온 배터리 탑재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은 분명히 있지만 전기차 시장에서 아직까지는 큰 위협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 아다마스 인텔리전스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CATL이 출시 선언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큰 위협이 아니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성능 면에 있어서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월등하기 때문이다.
아다마스 인텔리전스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저가형 전기차 혹은 전기 버스에 적합하며 경쟁 제품으로 예상되는 LFP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낮기 때문에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과거보다 많은 수요 및 기술 개발로 인해 생산 비용도 낮아지면서, 로이터통신 등 해외 매체들은 고급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강세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니켈 카드뮴 리튬이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성능 면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가 주력하는 배터리는 양극재 내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 계열(NCMA, NCM, NCA) 배터리다. 니켈 함량이 높아질수록 에너지 밀도 또한 높아져 전기차 주행거리와 출력도 향상된다.
다만 니켈 함량을 높인 고밀도 배터리는 화학적 조성이 안정적이지 않아 자칫 폭발의 위험이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가격이 비싼 코발트 함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차세대 기술·제품 개발로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SDI는 니켈 함량 88% 이상의 하이니켈 기술이 적용된 젠5(Gen.5·5세대) 배터리를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 비중을 약 90%까지 높인 NCM9 배터리를 내년부터 양산한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편 성능 향상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양극재 구성을 변경하는 것과 동시에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 물질로 대체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이 2배 가량 늘어나고 폭발 위험이 없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 이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LG에너지솔루션도 2028∼2030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