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CJ ENM’ 콘텐츠 사용료 갈등은 ‘현재진행형’...9개월째 채널 송출 중단 지속
-LGU+, 뒤늦게 CJ ENM 달래기 나서나...황현식 “양사 간 관계 재정립하고 있어”
사자와 호랑이, 독수리가 사는 한 밀림이 있다. 사자는 밀림 내 사냥권을 장악하기 위해 독수리와 손을 잡고 힘을 키워오고 있었다. 독수리는 사냥감을 몰아오는 데 지상 동물보다 큰 강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사자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러던 어느날, 독수리가 사냥감을 몰아옴으로써 자신이 받는 대가가 너무 적다며, 상당 부분 늘려달라고 사자에게 요청한다. 사자는 독수리가 요구한 대가가 너무 높다며 거절했고 둘의 갈등은 좁혀지지 않은 채 결국, 사이가 틀어지고 만다. 이때, 호랑이가 그 틈을 타서 독수리에게 접근한다. 독수리는 호랑이의 협력 제안을 받아들이고 둘은 추후 밀림을 제패하기 위한 전략을 짜기 시작한다.
위 이야기에 나오는 사자와 호랑이, 독수리의 관계는 각각 국내 콘텐츠 사업을 둘러싼 LG유플러스, KT, CJ ENM 간 현 상황을 말해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전날 그룹 미디어·콘텐츠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1위 콘텐츠 기업인 CJ ENM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CJ ENM은 KT의 최대 경쟁사인 LG유플러스와 최근까지 콘텐츠사용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기업으로, 추후 이통업계 내 콘텐츠 사업 경쟁 구도에 어떤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콘텐츠 역량을 키우는 이통사 입장에서, 거대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CJ ENM은 매우 매력적인 파트너사라는 것이 사실”이라며, “LG유플러스의 경우 일찌감치 CJ ENM과 협력을 지속해오다 최근 사이가 틀어진 반면, 이번에 KT가 콘텐츠 분야의 전 부문에 있어서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음으로써 업계 내 긴장감이 맴도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LG유플러스 역시 최근 CJ ENM과 갈등을 풀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와 CJ ENM이 체결한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은 콘텐츠 투자부터 제작, 편성, 유통까지 전 분야 걸친 밀접협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KT 관계자는 “KT스튜디오지가 확보한 원천 IP를 기반으로 양사가 힘을 합쳐 글로벌 대작으로 탄생할 양질의 기획안을 제작한다는 것이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의 핵심”이라며, “CJ ENM과의 협력관계가 그룹 콘텐츠 사업의 역량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며, 더불어 국내 미디어 생태계 발전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KT에 따르면 양사는 글로벌 진출을 목적으로 콘텐츠 공동제작에 나서기로 했으며, KT의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 일부를 CJ ENM이 구매해 보유 채널인 tvN, 티빙 등에 편성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양사 주영 경영진이 대표위원으로 참여하는 사업협력위원회를 조직하고 콘텐츠와 음악, 웹툰 등 각 사업 분야별 공동사업 아이템 발굴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CJ ENM은 KT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컨트롤 타워인 KT스튜디오지니에 전략적 투자자로서 10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진행하기로 했으며, 실감미디어 사업을 위한 공동펀드도 조성한다.
KT와 CJ ENM 간 이번 협약 체결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6월 CJ ENM과의 콘텐츠사용료 갈등으로 CJ ENM 보유 10개 채널의 실시간 송출을 중단한 이후 현재 9개월째 지속 중이다.
양사의 갈등은 지난해 8월 소송전으로까지 번졌다가 올 1월초 CJ ENM이 소송을 취하하면서 일단락되는가 싶었지만, 기존 방송 송출 재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LG유플러스 역시 최근 K-콘텐츠 강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수출망을 확대하는 행보여서 CJ ENM과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지난 MWC 2022에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앞으로 더 좋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정도로 양사(LG유플러스-CJ ENM)가 합의했으며, 추후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고민이 많은 시기인 만큼, 양사 간 관계를 재정립하는 단계로 봐주시면 되겠다”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이통업계 최대 경쟁사가 한때 우군이었던 CJ ENM과 초협력 관계를 맺었다고 하니, 추후 LG유플러스가 CJ ENM과의 협의에 속도를 낼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