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수 급감에 고졸 구직자 입행 어려워
최근 금융권에서 고졸 출신 CEO가 다수 탄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다만 금융권이 갈수록 채용문을 좁히고 있어 향후에도 고졸 신화가 재현될 지를 놓고서는 미지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상고 출신 은행원들이 대거 채용된 덕에 현재 고졸 출신 CEO들이 다수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에는 고졸 은행원 채용이 활발하지 않아 미래에 다시 한 번 고졸 신화가 쓰여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5대 금융그룹의 수장 가운데 3명이 상고 출신 인사다. 최근 신한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돼 화제가 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덕수상고를 졸업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광주상고를 졸업한 외환은행에 입사했고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역시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서울은행에 입사했다. 더불어 최근 첫 여성 은행장으로 선임된 수협은행의 강신숙 행장도 전주여상을 졸업한 고졸 출신 인사다.
금융권에서 고졸 출신 CEO가 연이어 탄생한 배경으로는 과거 은행들이 상고 출신 은행원들을 다수 채용한 일이 가장 먼저 꼽힌다. 당시 채용된 고졸 출신 은행원들이 현장 경험을 쌓으며 승진돼 결국 CEO가 된 것이라는 분석이 뒤를 따른다.
더불어 최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극심하게 높아진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사를 CEO로 내정해 조직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미래 인재 발굴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점포 수가 급감한 탓에 구직자 입장에서는 은행에 입사하는 것이 과거에 비해 어려워졌다. 국내은행 점포 감소 규모는 ▲ 2018년 74개 ▲ 2019년 94개 ▲ 2020년 216개 ▲ 2021년 209개 ▲ 2022년(8월까지) 179개다.
일반적으로 고졸 행원들은 은행 창구직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점포 수 급감은 고졸 구직자들에게 큰 타격이 되고 있다. 대졸 구직자와의 경쟁도 어려운 데다 대부분 고졸 행원들은 계약직으로 채용돼 많은 구직자들이 입행을 포기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고졸 행원을 채용하는 일에 다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31명의 고졸 행원을 채용했고 우리은행도 올해 하반기부터 고졸 행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며 채용문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은행 취업을 목표로 삼은 구직자의 경우 디지털 역량을 키운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