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 공유
단, '50%+1주' 의무매수로 부족하단 평가도
주식양수도 방식 M&A(인수·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의무공개매수제도가 IMF 사태 이후 25년 만에 부활한다. 그간 M&A 과정에서 소외됐던 일반주주가 지배주주와 같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면서 소액주주 권익이 한층 더 두터워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 피인수회사 주식을 25% 이상 보유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선 인수회사에게 잔여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청약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매수 물량은 지분 50%+1주 이상으로 지배주주와 동일한 매수가격이 책정된다.
그간 주식양수도 방식 M&A 과정에서 인수회사는 대주주로부터 피인수회사 지배지분을 매수하기 위해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을 지불했다. 그러나 인수에 반대하거나, 투자금을 회수하길 바라는 일반주주는 이러한 프리미엄을 적용받지 못했다.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1주가 같다는 주주평등원칙이 깨진 셈이다.
일례로 2016년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지배주주인 현대상선으로부터 지분 22.56%를 매입했다. 이를 위해 KB 측은 시가보다 비싼 주당 2만3182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이후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지분을 모두 얻기 위해 주식교환을 단행했을 때 교환가격은 주당 6766원으로 책정됐다. 지배주주 매입가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만약 1년 이상의 유예기간 등을 거쳐 제도가 재도입될 경우 이와 같은 M&A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은 지배주주가 받은 가격과 동일한 금액으로 보유 지분을 처분할 수 있게 된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 기업결합 유형별 비중에서 주식양수도 방식이 84.3%에 달하는 만큼 제도도입에 따른 효용도 클 전망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1일 열린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시 일반투자자 보호방안 세미나’에서 “기업의 경영권 변경과정에서 피인수 기업의 일반주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원하는 경우 일반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기업에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고자 한다”고 도입배경을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만약 인수회사가 지배주식의 40%를 양수하면 잔여지분 60% 중 단 10%만 의무공개매수 대상이 된다. 지배지분의 50% 이상을 매수한다면 공개매수 의무는 아예 성립하지 않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2일 논평을 내고 이 같은 한계를 지적하며 50%+1주가 아닌 100% 공개매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김규식 회장은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한 다른 나라의 경우 100% 공개매수를 요구하며 그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100% 인수하는 미국 자본시장에서 유럽보다 공개매수 제안이 훨씬 활발하다는 점에서 M&A 활성화는 의무공개매수제도의 존부 혹은 프리미엄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역동성이 얼마나 확보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의무공개매수 대상주식을 100%로 확대할 경우 인수대금 증가 등에 따른 M&A 시장 위축 우려에 김 회장은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하는 차입매수(LBO) 인수금융이 가능해서 오히려 M&A가 원활해질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근거로 총 주주의 동의가 있다면 자산담보 차입매수를 일부 허용한 2015년 온세통신 대법원 판례를 예시로 들었다.
덧붙여 김 회장은 “지배권 프리미엄은 적정선을 인정하되 특별히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일반주주와 공유해야 하며, 재매각 시에도 그에 상응하는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으므로 M&A가 저해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이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큰 진전이나 M&A 시장이 위축되는 걸 막기 위한 균형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며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통용되는 제도를 그대로 반영하기보다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제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