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p 웃돌아…다만, 중장기적 변동위험 커
국내 거래소에 상장한 유럽 탄소배출권 ETF(상장지수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이 코스피 지수를 30%p 웃돌며 주목 받는다. 지난 9월 경기침체 우려에 급락했던 배출권 가격이 최근 겨울철 난방수요 증가, 탄소국경제 도입 등에 다시 고개를 든 영향이다.
27일 종가 기준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 가격은 배출권 가격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지난 9월 28일 이후 각각 22.76%, 22.71%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7.5%)을 약 30%p 웃도는 성과다.
동기간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 배출권 가격 등을 함께 추종하는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 가격도 각각 10.99%, 7.30% 상승했다.
지난 8월 톤당 99유로까지 상승했던 유럽 배출권 가격은 고물가 및 경기침체 우려에 한 달 사이 33%(33유로) 떨어졌다. 이 여파에 두 ETF 가격도 같은 기간(8/18~9/28) 26.02%, 26.74% 떨어졌다.
그렇게 내리막길을 걷던 배출권 가격은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11월 개최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 등 정책적 요인을 만나 10월, 11월 두 차례 상승 곡선을 그렸다.
또 이달 18일 유럽연합(EU)이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늘리는 등 기존 탄소배출권거래제(ETS) 개편에 합의하면서 또 한 번의 상승 탄력을 받았다.
18일 기준 톤당 83.82유로에 거래되던 배출권 가격은 이튿날 뒤인 20일 94.23유로(12.4%)까지 올랐다. 지난 8월 이후 최고치다. 국내 거래소에 오른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도 동기간 각각 0.11%, 0.90% 소폭 상승했다.
유럽의회는 18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에 따라 2034년까지 배출권 무료할당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안을 통과하기도 했다. 공급량이 줄어듦에 따라 유럽의회 파스칼 캉팽 환경위원회 위원장은 향후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80∼85유로에서 100유로 수준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DB금융투자 강대승 연구원은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배출 규제 강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배출권 가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에 배출권 거래제의 규제 강화는 배출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경기침체 우려가 남아있는 등 중장기적인 가격 변동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Refinitive)가 개발한 가격모형에 따르면 EU 배출권은 2025년부터 안정적인 가격상승 궤도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된다.
강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EU 배출권 가격은 수급 부담에 하락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둔화에 따라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규제받는 산업들의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배출권 거래제 규제강화의 프런트로딩(초기 대응 전략)에 따른 미래 배출권 공급량 감소로 2025년 이후 EU 배출권 가격은 점차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