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급 게임 개발에 탄력 붙나...초과근무 보상 이뤄져야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선거 기간 내내 주당 52시간 근무제도를 더 유연하게 바꾸겠다는 뜻을 밝혀온 가운데, 게임업계 근로환경에도 큰 변화가 불어올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유연화가 게임 개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한편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반발 또한 거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윤 당선인은 취임 이후 주 52시간 근무제에 수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최대 3개월 동안 평균 주 52시간을 맞추면 어떤 시기는 그 이상 일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았지만, 윤 당선인은 이 기간을 1년까지 늘리자고 주장했다. 고액 연봉자와 전문직은 52시간 근무제에서 아예 제외하겠다는 안도 내놨다.
게임사들은 이를 놓고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게임 개발 속도가 더뎌졌다는 의견이 자주 나왔는데, 주 52시간 근로제가 유연화되면서 다시 게임 개발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사 관계자는 "개발 막바지에 집중이 필요한 게임기업 입장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윤 당선인의 공약이 게임업계의 개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게임사에서 근로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를 놓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게임 개발자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가는 '크런치 모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수면, 영양 섭취, 위생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크런치 모드가 지속될 경우 게임 개발자는 과로사, 자살 등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 수도 있어 그동안 게임업계는 크런치 모드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실제로 주 52시간 유연제가 적용된다면 크런치 모드의 부활은 자명해보인다는 것이 업계 대다수의 시각이다. 특히 게임 개발자들이 고액 연봉자와 전문직으로 분류된다면 52시간 근무제에서 아예 제외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대부분의 게임사가 현재 AAA급 게임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업무 강도가 높아지는 일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AAA급 게임을 개발하는 데는 마감을 앞두고 짧은 기간 집중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유연화된다면 크런치 모드가 일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유연화와 함께 노동자의 과도한 초과근무를 막기 위한 수단이 함께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윤 당선인의 공약 가운데서는 1년 동안 일해야 하는 근로 시간을 정해놓고, 이보다 많은 시간을 일하면 그만큼을 장기 휴가로 사용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가 존재해 이것이 근로자들의 워라벨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지를 놓고 관심이 모인다.
업계 관계자는 "AAA급 게임 개발이 우리나라 게임업계에서도 당면 과제로 떠오르면서 주 52시간 근로제 유연화와 함께 업무 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면서도 "다만 이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뤄진다면 노동자를 보호하면서도 퀄리티 높은 게임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