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헤리티지펀드 분쟁조정에 대한 기대가 실망, 배신감으로 바뀌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이 개최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또다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추후를 기약하게 됐다. 두 달 만에 열린 회의였던 만큼 피해자들의 실망감도 크다. 피해자단체는 지난달 국회에 이어 이날 금감원 앞에서 조속한 절차진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이탈리아 헬스케어 등 5대 사모펀드 중 당국 구제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마지막 건이다.

피해자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분조위 측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법리 적용을 요구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법률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을 때 계약을 무효화할 수 있는 권리(민법 제109조)다. 이 경우 피해자들은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받을 수 있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 옵티머스 분조위에서 이 법리를 적용해 원금 전액 반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 내 문화가치가 높은 건물을 매입해 내부 리모델링 후 매각 및 분양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의 펀드다. 시행사가 돌연 파산하며 2019년 6월 환매 중단되며 피해자 피해가 커졌다.

펀드 판매사는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우리은행 등 총 7개사로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4855억원어치 판매했다. 미회수액은 4746억원에 달한다. 판매사 중 신한투자증권 미회수액이 3799억원으로 가장 크다.

이들 금융사들은 부동산 개발 관련 인허가 지연, 미분양 등의 손실위험이 큰데도 이를 알리지 않고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더 큰 문제는 판매사가 펀드 기초자산인 부동산의 매입 여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판매했다는 점이다. 이들 금융사는 만기시점에 이를 뒤늦게 확인하면서 다급히 현장실사에 나서는 등 당시 ‘깜깜이 투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두고 독일헤리티지 피해자연대는 “펀드의 기초자산은 실재하지 않았고 관련 시행사도 이미 2015년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부실회사였다"며 "독일헤리티지펀드도 옵티머스펀드와 마찬가지로 판매사가 허위, 부실기재 내용을 설명하여 투자계약이 체결된 것이므로 판매사가 고객들에게 착오를 유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분조위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아닌 불완전 판매로 결론이 날 경우 피해자연대 측은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상임대표는 14일 "불완전판매로 결론이 날 경우 피해자들과 함께 법률을 검토하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해 반드시 부정한 짓을 밝혀 내겠다"고 말했다.

만약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날 경우 중요한 건 판매사의 수용여부다. 최대 판매사인 신한투자증권은 과거 2020년 라임자산운용 투자금을 전액 반환(425억원)한 사례가 있는만큼 이번에도 이변이 없는 한 이를 수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분조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측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