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계속되며 이자 부담 커져.. 대출 상환에 '백기' 든 기업 늘어
강달러 길어질수록 기업의 대출 상환능력↓... "고환율로 중기 영업익 최대 25% 감소 가능"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기업대출 리스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부실채권으로 불리는 고정이하여신(NPL)과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무수익여신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70%를 넘어섰다. 고금리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고환율마저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리스크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관측 또한 뒤따른다.
3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5조58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6%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을 뜻한다. 금융사는 자산의 건전성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하는데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3개 단계가 고정이하여신에 포함된다. 통상 고정이하여신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금융사의 대출 리스크가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눈에 띄는 부분은 고정이하여신에서 기업의 몫이 70%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2.6%로 전년 동기 대비 3%p 상승했다.
이는 이들 은행의 기업 고정이하여신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기업 고정이하여신은 4조5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2% 급증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의 기업 고정이하여신이 1조1836억원으로 73.3%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집계났다. 이어, NH농협은행(1조470억원·51.6%↑), 우리은행(6106억원·20.8%↑), 하나은행(5365억원·16.1%↑) 순이었다. 신한은행(6743억원·0.7%↓)의 경우, 5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기업 고정이하여신이 감소했다.
아울러 이들 은행은 기업 무수익여신 역시 대폭 늘었다. 무수익여신은 부실대출금과 부실지급보증액을 합친 금액으로 원리금은 물론이고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대출을 뜻한다. 90일 이상 연체됐거나 부도 처리된 대출금 등이 여기에 속하며 이자수익조차 발생하지 않아 고정이하여신보다도 악성으로 분류된다. 금융권에서 '깡통대출'이라고도 표현하는 이유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기업 무수익여신은 3조597억원으로 24.3% 증가했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의 전체 무수익여신(4조2773억원)에서 기업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3분기 68.8%에서 지난해 3분기 71.5%로 2.7%p 상승했다.
이처럼 5대 은행의 기업대출 리스크가 확대된 데에는 계속되는 고금리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높은 금리 탓에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백기'를 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데다가 고금리로 이자 부담까지 커지니 대출을 끌어 쓴 기업의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한계에 달한 기업 차주들이 상당한 터라 기업대출 리스크는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더욱 큰 문제는 현재 1470원대를 오가는 달러·원 환율의 고공행진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입기업 등을 위주로 기업의 대출 상환 능력이 한층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의 환차손이 커져 영업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고환율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이 최대 25%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기업의 대출 상환능력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지금의 고환율이 길어지면 주요 은행의 기업대출 리스크는 추가적으로 악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