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내년 상반기 중 공시기준·로드맵 발표
기업-투자자 간 입장차 아직 '뚜렷'···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마련키로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한국지속가능성공시기준위원회가 이달로 예정된 ESG 공시기준서 권고안 의결을 연기한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30일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 중 공시기준과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했다.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글로벌 정합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한국지속가능성공시기준위원회(이하 KSSB)는 23일 ESG 공시기준서 권고안을 위원들에게 보고했으나 의결은 보류했다. 애초 이날 의결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김소영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주요국 정책 불확실성이 경감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내년 상반기 중 공시기준과 로드맵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에 있어 높은 제조업 비중과 수출의존도라는 특수성도 고려해야 하지만, 공시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지속가능성 공시의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이를 반영해 우리 자본시장 내 자금 유입 가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NBIM(노르웨이 국부펀드)과 APG(네덜란드 연기금)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만큼, 이들의 요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NBIM은 운용자산 약 2250조 원의 세계 최대 연기금으로 한국 시장에 약 27조 원을, APG는 약 12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
현재 EU 27개국 중 12개국만이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법제화를 완료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등이 법제화를 마쳤고, 독일과 네덜란드 등 15개국은 아직 진행 중이다. 영국은 내년 1분기 중 ISSB를 기반으로 하는 영국 공시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며, 일본도 3월 중 최종 공시기준을 확정한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지속가능금융 관련 의결권 행사나 투자 감소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있지만, 2050 탄소중립 선언 등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금융은 비가역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공시기준 발표와 함께 중요성 판단기준을 포함한 지침을 제공하고, 기업 담당자 교육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특히 매월 기업 담당자들과 소통하며 공시기준을 충분히 이해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속가능성 공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리스크를 축소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기업 부담이 높은 스코프3 등은 시행 필요성이 있으나, 관계사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기업의 원활한 공시 이행을 위해 중요성 판단기준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정례적인 온오프라인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연결 대상 종속기업의 정보 공시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 사례도 제시할 계획이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