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식집사' 위한 '식물 병원' 서비스 출시
국내 실내 농업 규모, 내후년 1.7조 전망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반려식물'이라는 단어가 자리를 잡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빗대는 '집사' 표현을 차용해 '식집사(식물+집사)'라는 표현도 널리 쓰인다.
식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반려식물 케어 트렌드'로까지 확대됐다. 유통업계와 지자체는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식물의 생육상태를 진단하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중이다.
12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식물에 대한 관심이 단지 취미나 인테리어를 위한 것을 넘어 '잘 키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11일 현대백화점은 오는 6월 27일까지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 반려식물 케어 서비스 '보타닉 랩'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보타닉 랩'에는 화훼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어, 고객이 가져온 병들고 아픈 반려식물의 상태를 진단하고 영양제, 분갈이 등의 처방을 한다. '식물 병원'인 셈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식물을 키우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주로 아파트에서 기르다 보니 햇빛과 바람이 부족해 생육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지난 3월 테스트 차원에서 진행한 결과 고객의 반응이 좋아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또한 지난달 25일 현재 4곳에서 운영 중인 반려식물 클리닉을 올해 안에 9곳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식물을 키우는 '식집사' 인구가 급증하며 반려식물의 상태 진단과 사후관리 요령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평가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16억원이던 국내 실내 농업 시장의 규모는 연평균 75%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26년에는 규모가 1조7519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러한 식물에 대한 관심은 지난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함께 수요가 증가했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집을 꾸미는 요소로 식물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일종의 '힐링'을 위해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오늘의집은 식물 인테리어에서 시작된 식물에 대한 관심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12일 <녹색경제신문>에 "코로나19 시기에 인테리어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가 늘면서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확대됐다"며 "이제 가드닝 등 식집사 컨텐츠 수요도 높아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반려식물 케어 트렌드는 특히 겨울이 지나 날씨가 따뜻해지며 더욱 수요가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해가 줄고 온도가 낮아지는 겨울 동안 식물들이 휴식기를 거치기 때문에 봄이 오면 식물의 생육상태를 진단하는 서비스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5만명 가량의 회원을 보유한 식물 가드닝 커뮤니티 '모두가 초록에 진심(모초진)'의 운영자는 "많은 가드너가 식물의 상태가 좋지 않아지는 겨울에 식태기(식물+권태기)를 느끼게 된다"며 "날씨가 풀리면서 봄이 되면 깨어나는 식물처럼 '모초진'에 올라오는 글도 늘고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집에서 실내 식물을 키우는 층이 젊어지고, 반려식물 문화가 취미를 넘어 식물을 아끼고 가꾸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식물을 돌보며 정서적,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만큼 유통업계가 식물 케어 트렌드에 반응하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슬예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