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에서 증가폭 제일 커
잔액 기준으론 국민은행이 1위
기업대출 연체율 높아지는 것은 개선해야 할 과제
무리한 대출 영업으로 인해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금융지주들의 성적이 공개된 가운데, 1분기 리딩금융 왕좌를 거머쥔 신한금융이 기업금융 부문에서 큰 성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잔액 기준으로는 KB국민은행이 1위지만 증가폭은 신한은행이 시중은행 중 제일 가팔랐다. 다만, 금융권에서 전반적으로 기업발 연체율이 늘어나고 있고, 지금과 같은 기업영업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발 부실로 인한 연체율 증가는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분명 지표상으론 악화되고 있는 게 맞기에 무분별한 대출 영업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NH농협)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85조1515억원으로 집계돼 작년 말 766조4812억원 대비 2.3%(18조6703억원) 불어났다.
모든 은행이 기업대출을 늘렸으나 잔액의 증가폭이 가장 컸던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161조9760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3.9%(6조8832억원) 증가했다.
이어 하나은행이 전년 말 대비 3.5%(5조7080억원) 가량 기업대출을 늘려 2위를 차지했으며 우리은행(2.9%·4조1370억원), 농협은행(1.09%·1조9281억원), 국민은행(0.7%·140억원) 순이다.
기업대출의 증가는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신한금융의 경우 계열사 신한은행의 약진에 힘입어 올해 1분기 1조3215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순익이 665억원 감소했으나 홍콩 ELS 배상 여파로 금융권이 조단위 충당부채를 쌓은 것을 비교하면 선방한 편이다.
이처럼 금융권이 기업대출에 사활을 거는 데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영업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내로 억제할 것을 당국에 보고한 상황이다. 가계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릴 수 없게되자 은행들은 기업대출로 눈을 돌렸다.
때마침 은행의 1분기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된 점은 금융권에 행운이었다. 신한은행의 1분기 말 NIM은 2%로 집계돼 작년 말 대비 0.03%포인트(p) 올랐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또한 1.87%로 나타나 전분기 대비 각각 0.04, 0.03%p 상승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1.68%를 기록해 같은 기간 0.02%p 증가했으며 하나은행 역시 1.55%로 0.03%p 상승했다.
기업대출의 수익성이 향상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금융지주들은 기업대출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민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은 지난 2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에서 "가계대출은 명목 GDP 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할 예정"이라며 "기업대출의 경우 우량자산 위주의 성장 기조를 유지해 6% 내외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발 부실대출이 증가함으로써 은행권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35%로 집계돼 작년 12월 말 대비 0.04%p 상승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의 1분기 말 기업대출 연체율이 0.34%로 집계돼 지난 분기보다 0.07%p 늘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1분기 말 0.3%로 나타나 작년 말 대비 0.01%p 상승했으며 우리은행 역시 0.28%를 기록해 같은 기간 대비 0.02%p 상승했다. 이어 국민은행 또한 0.23%로 전분기 대비 0.04%p 올랐다.
기업발 부실에 관한 경고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위기별·산업별 비교 분석을 통한 국내 기업부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상환능력 취약 기업의 차입금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처럼 공격적으로 기업영업에 매진하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 경쟁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낮추다 보니 최악의 경우 역마진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금리가 높은 시기라 은행들의 NIM이 높지만 내년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금융지주 입장에선 수익의 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비은행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각지에서 나오는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