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농협 지배구조 놓고 부정적 시선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농협금융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지나친 개입이 비판을 사고 있다. 농협금융 계열사 CEO 인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만 조직을 꾸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농협금융지주는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으로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내정했다. 이 전 수석부원장은 취업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내년 2월까지는 이재호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이 회장 직무 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지금까지 농협금융의 최대주주인 농협중앙회 내부에서는 중앙회 출신 인사가 지주 회장 자리에 임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강 중앙회장 역시 농협금융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자신과 코드가 맞는 중앙회 출신 인사들을 계열사 CEO로 앉히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농협은행의 차기은행장으로는 농협캐피탈 부사장이 추천됐다. 강 부사장은 강 중앙회장과 같은 경남 출신으로 강 회장의 복심으로도 알려져 있다.
보험 계열사 대표 자리 역시 경상도 출신 인사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농협생명 대표로 추천된 박병희 부사장은 경북 청도 출신이고, 농협손해보험 대표로 추천된 송춘수 전 부사장은 경남 합천 출신이다. 송춘수 부사장의 경우 강 중앙회장과 동향이다.
업계는 탄핵 정국이 강 중앙회장에게 기회가 됐다고 바라본다. 정치 이슈로 금융당국이 농협금융의 인사에 적절히 개입하지 못하고 있어 강 중앙회장이 영향력을 키우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단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금융감독원이 이와 같은 상황을 가만히 두고보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은 앞서 횡령 등 농협금융 계열사에서 내부통제의 구멍이 일어난 원인을 인사라고 바라보고 검사를 벌이기도 했다.
때문에 강 중앙회장도 농협금융지주 회장 인사를 놓고 코드 인사를 펼치는 데 적잖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감원 출신의 외부인사를 회장 후보로 추천해 내부통제 강화에 속도를 높이는 것을 의도했단 분석도 나온다.
한편 올해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지난 3월 100억원대 배임을 시작으로 총 여섯차례에 달한다. 업계는 금감원 출신인 이 후보가 금융당국과 원활히 소통해 내년 도입되는 책무구조도의 연착륙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농협중앙회의 지배력이 지나치게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찬우 내정자가 균형잡힌 경영을 통해 농협중앙회의 지배력과 별개로 내부통제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