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영통자이 센트럴파크(경기도 수원), 킨텍스 원시티(경기도 고양), 광주태전 경남아너스빌 리미티드(경기도 광주)는 각기 다른 시기에, 다른 건설사(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SM경남기업)에서 시공한 아파트임에도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들 단지는 모두 경기도에 지어진 아파트들이며 '3면 발코니' 설계를 적용한 건물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당 아파트들은 넓은 실사용 면적을 확보하고,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하며, 입주민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 설계는 분양 당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3면 발코니 설계 아파트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3면 발코니를 규정상 막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제는 2008년 오세훈 시장 재임 시기에 도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규제는 무려 16년이 지나 현재까지도 서울시 건축 기준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인천·경기 지역에서는 3면 발코니 설계를 적극 도입하며 주거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모습이 대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왜 서울시에만 이런 규제가 적용되고 있을까?

왜 이런 규제가 서울시에만 적용되고 있는지 본지 기자가 서울특별시 건축계획팀에 관련 내용을 문의해 보았다.

건축계획팀 관계자는 "3면 발코니 확장 자체를 별도로 규제하는 규정은 없다"라면서 "다만 서울특별시 건축물 심의기준 공고(2024.11.14) 기준 '세대별 외부 벽면 길이의 30% 발코니 설치 지양'에 따른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규제가 왜 서울에 필요하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묻자 건축기획팀 관계자는 "오직 아파트 디자인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 아파트는 흔히 '성냥갑'으로 불리는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으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그러나 세대별 외부 벽면 허용 길이를 더 늘려서 3면 발코니를 허용해준다는 것이 도시 미관에 어떤 해로움이 있을지에 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6년간 이 발코니 제한 규정을 지켜왔음에도 서울 아파트 디자인은 일부 초고급아파트를 제외하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해당 규정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서울시에서는 서울 아파트의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면을 다양하게(튀어나오게) 디자인 할 경우 용적률 등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럴 경우 필연적으로 설계 및 건축비용이 치솟을 수 밖에 없으므로 건설사나 입주민들 모두 꺼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렇게 발코니의 입면을 튀어나오게 디자인 할 경우 이는 필연적으로 외부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프라이버시(사생활)를 지키기 힘들다. 기후가 들쭉날쭉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태양, 눈, 비 등을 그대로 맞아야 한다는 문제까지 있다. 아이가 있을 경우 추락의 위험성이 있어 비용을 들여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서울 아파트들은 이런 이유로 발코니 디자인에 돈을 들여 용적율 등에 인센티브를 받는 걸 차라리 포기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건설사는 설계 및 건축 비용이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서울 아파트 주민들은 더 넓게 쓸 수 있는 공간을 삭제당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3면 발코니 설계 제한, 시장 트렌드 및 소비자 요구와 괴리된 조항

3면 발코니 설계 제한은 2008년 오세훈 시장 재임 시기에 제정된 ‘서울특별시 건축위원회 공동주택 심의기준’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서울시는 도시 경관 보호, 주거 밀도 관리, 일조권 및 조망권 확보를 목적으로 아파트 설계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외벽의 30% 이상에 발코니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3면 발코니 설계를 사실상 불허했다. 이 규제는 아파트 외형 확장을 제한하고, 도시 환경과의 조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요구와는 점차 괴리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인천·경기 지역에서는 3면 발코니 설계를 통해 주거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서울시의 규제와 대조적인 행보로, 특히 수요자들에게 더 넓은 실내 공간과 쾌적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아직까지 규제를 완화하지 않았지만, 인천과 경기 지역의 성공적인 사례들은 서울시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라며 "도시 관리와 시장 요구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대안을 검토하고, 제한된 설계 기준을 완화하거나 유연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