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 여신과 자동차금융 집중
업계, 현대얼터너티브의 전략적 선택 긍정적 평가, 시장 건전성 확보 과제 강조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현대차그룹이 자산운용업계에 진출하며 다섯 번째 금융계열사 '현대얼터너티브'를 설립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계열사 자금 운용 편중과 시장 왜곡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이 각각 51%와 49%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현대얼터너티브가 자본금 30억 원 규모로 지난 2일 공식 출범했다. 초대 대표이사로는 이용규 전 마스턴투자운용 전무가 선임됐으며, 주두환과 강현정이 사내이사를, 한영주 현대카드·현대커머셜 감사실장이 감사를 맡았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현대차증권 등 4개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도 자체 자산운용사가 없어 계열사들의 잉여자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위탁 운용해 왔다. 이번 현대얼터너티브 설립으로 외부 위탁 운용 수수료를 절감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커머셜이 본격적으로 자산운용 시장에 뛰어들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산업금융과 기업금융의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특히 현대얼터너티브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 등 계열사 자금을 일임받아 운용하면서 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투자자산으로 폭넓은 자산운용 비즈니스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이 여신과 자동차 금융에 집중돼 있어 운용 측면에서 확장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시장 건전성 측면에서 우려되는 지점으로, 계열사 중심의 자산운용이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대얼터너티브가 부동산 리츠, NPL 투자 등 대체투자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열사 자금 운용의 쏠림 현상이 예상된다. 삼성과 한화자산운용의 경우 투자일임 부문에서 계열사 비중이 70~85%에 달하는데, 현대얼터너티브 역시 이와 유사한 수준의 계열사 의존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현대자동차의 이익잉여금이 95조 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이 거대 자금이 계열사 중심으로 운용될 때 시장 가격 왜곡이 우려된다. 자산운용사가 계열사 자금을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시장 경쟁력이 약화하고, 투자 포트폴리오가 편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얼터너티브가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산업금융과 기업금융의 리스크를 헤지하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계열사 자금 운용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시장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