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KB금융과의 순익 격차 되려 확대돼... 비은행 계열사 부진이 원인
신한금융 "비은행 계열사 본업 경쟁력 강화 집중... M&A 계획 없어"
![[사진=신한금융지주]](/news/photo/202502/323111_366951_261.jpg)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실상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으로 '리딩금융'인 KB금융지주와의 순이익 격차는 오히려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한금융은 리딩금융 타이틀을 위해 비은행 계열사의 외형 성장을 추구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무리한 외형 성장이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 등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만큼 각 비은행 계열사의 본업 경쟁력을 확대하는 질적 성장에 보다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1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신한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4조5175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2022년 기록한 순이익(4조6423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당시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대금(6400억원)이 일시적으로 이익에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는 평이다.
실적 호조는 그룹의 핵심인 신한은행이 이끌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20.5% 증가한 3조6954억원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동시에, 2018년 이후 6년 만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은 "▲대출자산 성장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 ▲수수료 이익 확대에 따른 비이자이익 확대 ▲2023년 적립한 추가 충당금 적립 효과 소멸에 따른 대손비용 감소 등의 영향으로 신한은행의 순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신한금융과 리딩금융인 KB금융의 실적 격차는 되려 확대됐다. KB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한 5조782억원을 수확하며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리딩금융 자리를 지키는 한편,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순이익 5조 클럽'에 입성했다. 이에 따라 양사의 순이익 격차는 2023년 2270억원에서 지난해 5607억원으로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양사의 순이익 격차가 56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처럼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실적 격차가 벌어진 배경에는 양사 비은행 계열사의 '대조적인' 수익성이 자리한다. 지난해 신한금융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은 1조2549억원으로 전년 대비 24.1% 감소했으며, 이 탓에 비은행 이익기여도는 25.2%로 전년 대비 9.8%P 줄었다. 반면,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는 증권·보험·카드 등 각 영역에서 총 1조8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며 이익기여도를 2023년 33%에서 지난해 40%로 7%p 끌어올렸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신한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는 신한투자증권과 신한라이프 등을 제외하면 대체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금융사고 관련 손실 발생에도 전년 대비 143.6% 급증한 245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신한라이프도 순이익으로 11.9% 증가한 5284억원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다른 계열사의 부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책임준공형신탁의 비용 증가로 신한자산신탁에서 3086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는 점과 희망퇴직 비용 여파로 신한카드가 전년 대비 7.8% 감소한 5721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는 점 등이 뼈아팠다.
아울러 신한금융 입장에서 더욱 신경 쓰이는 부분은 올해 은행권 전반의 이자이익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면 대출자산의 성장이 억제되는 데다가 금리 하락이 본격화되면 순이자마진(NIM)은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이자이익 하락은 신한금융의 순이익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신한은행 의존도가 높은 신한금융으로서는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성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이 비은행 수익성 강화와 리딩금융 경쟁을 위해 인수합병(M&A) 등의 적극적인 외형 성장을 노려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지난 2019년에도 외국계 보험사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성공하면서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리딩금융 지위를 사수한 바 있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올해 외형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외형 성장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 등의 측면에서 부작용이 적잖이 나타날 수도 있는 만큼 비은행 계열사의 본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실적을 점진적으로 높이겠다는 판단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M&A 등은 현재 계획이 전혀 없다"며 "외형 성장 등으로 무리하게 순이익 격차를 좁히기보다는 계획대로 비은행을 포함한 계열사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중요 과제인 밸류업 계획 등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쪽이 더 올바른 전략 방향이라는 것이 경영진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간 많은 금융사들이 외형 성장이나 단기 실적주의에 매몰돼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등에서 허점을 노출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지 않느냐"며 "문제를 일으키면서까지 굳이 리딩금융 타이틀에 목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천상영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6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주요 자회사의 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거액의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이라며 "지난해와 같은 거액의 손실요인이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올해는 기저효과와 함께 전년 대비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